보통 우리와는 조금 늦은 시간에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안내됐다. 다채로운 한복에 아름다운 모습의 안내원. 친절한 모습에 전부가 어리둥절했으며 일사불란한 서비스는 모두가 세련되었다.
일행전체가 앉을 수 있는 자리수 300개 정도의 아담한 내부는 이미 여러 종류의 음식들이 차려져 있었다. 조급증이 심한 우리의 생활 습관을 아는 듯 빠르게 준비된 모양이다.
점심에 차려진 메뉴는 우리의 정식과 별반 차이가 없지만 떡이며 음료수 그리고 그들이 자랑하는 평양맥주와 북측의 대표술인 들쭉술까지 차려졌고 부족한 부분은 추가로 그냥 후하게 대접하는 마음씨가 방문객을 포근하게 했다.
점심을 즐거운 마음으로 마음껏 먹기를 권유하면서 무대에서는 그들 전통 고유의 가락과 우리민족 전체가 애창하는 갖가지 민요로, 우리는 모두 하나의 민족이요, 겨레임을 다시 상기시키는 순서가 계속 이어졌고 아주 잘 차려진 음식에 찬사를 보냈다.
차례식으로 나오는 음식의 마지막은 천하의 일품으로 세계적 상품인 평양식 냉면이었다.
이미 금강산에서 또는 중극 베이징의 유명식당 또는 베트남 캄보디아에서 평양냉면을 시식한 일행들이 있었고 필자 또한 2년전 평양에 갔을 때 대동강변 옥류관에서 그들이 말하는 진짜 냉면을 저녁식사에 두 그릇 먹은 적이 있었지만 추운 겨울에 먹는 이날의 냉면은 그야말로 별미중 특미였다.
냉면은 한자어이고 북측말로는 찬국수이다. 평양지방의 향토음식의 하나인 평양냉면은 메밀국수에 차가운 장국을 부어 말아서 먹는 분식이다. 주로 메밀을 주재료로 쓰는데 때로는 밀가루가 다소 섞이기도 한다고 한다. 반죽한 것을 큰 솥위에 설치한 면본(국수틀)에 넣고 눌러 곧장 끓는 물에 떨어지게 하여 삶아낸다.
삶아진 국수를 찬물에 건져 헹구어 사리를 장만한다. 국수국물은 쇠고기나 꿩을 삶은 육수를 차게 식혀서 기름을 걷어내고 간을 맞추는 것이 기본이다.
또 한가지 방법은 동치미를 육수와 조합하여 쓰기도 한다고 한다. 냉면사리를 큰 대접에 담고 제육 삶은 것을 편육으로 썰고 동치미 무를 얇게 썰어 분비하고, 소금에 절인 오이채, 배채 그리고 삶은 달걀을 반쪽 잘라 색스럽게 얹고 그 옆에 개량종 빨간 버찌를 놓고 국물을 한쪽에서 가만히 듬뿍 붓는다.
먹을 때도 순서가 있다. 위에 얹힌 고명을 옆으로 살짝 밀어내고 겨자즙, 식초, 설탕 등을 더 가미하여 젓가락으로 살살 풀어 면을 섞어서 조금씩 음미하며 시원하게 먹는다.
성미 급한 남측 사람들이 빠르게 게걸스럽게 한꺼번에 먹는 것은 냉면의 특미를 헤치는 일이라 하겠다. 탁 트이는 향료 맛에 감칠맛이 돌고 몇 번만 건져 올려도 그릇이 빌 정도로 그 맛이 참 가관인데 양이 적은 듯 모두가 미련을 두는 것 같다.
나머지 부족한 배를 도장떡으로 채우고 북한산 나물에 관심을 두었다. 냉면이외에 함경도 향토요리 홍어회 맵게 무쳐 꾸미로 얹은 잡채 맛도 얼얼하고 얼큰하여 오랫 만에 포식하게 되어 지금도 그 때 그 점심의 별미를 잊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