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걸음
백두대간 첫걸음은 천왕봉에서
중산리-칼바위-망바위-법계사-천왕샘-천왕봉
‘백두대간’종주 시작이라 그런지 왠지 모르게
가슴이 뜨거워지고 벅찬 감정이 몰아친다
‘백두대간’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일부 산꾼들을 제외하면 ‘백두대간’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는 분들이 대부분이라 한참을 설명해야 알아듣고는 했다.
특히 학생들에게 토요일 ‘백두대간’간다면 ‘선생님 또 술 마시러 갑니까?’라고 할 정도이니, 그만큼 ‘백두대간’하면 모 브랜드의 맥주나 술집을 먼저 연상케했던 모양이다.
대간과 정맥종주는 한번 빠져들면 쉽게 헤어날 수 없는 산행, 바로 민족의 영산 백두산에서 시작해 민중의 한이 서린 지리산까지 거침없이 뻗어내려 한번도 물을 건너지 않고 오로지 마루금만 밟아야 하는 ‘백두대간’ 대장정은 지리산에서 그 첫 시발점이 된다.
옛날 지리산은 두류산, 방장산이라 했는데, 일찍이 중국 사람들은 영주산, 봉래산과 더불어 지리산을 동양의 삼신산이라 부르며 불로장생케 하는 불로초가 있다고 믿었다 한다.
또한 지리산 하면, 이성계가 왕위를 찬탈할 야심으로 기도를 올렸더니 백두산, 금산과는 달리 지리산의 산신만은 이를 승낙하지 않았다고 하여 ‘지혜가 다르다’는 뜻으로 지리산이라 불리어졌다.
삼국사기에는 오악이라 하여, 동쪽 토함산, 남쪽 지리산, 서쪽 계룡산, 북쪽 태백산, 중앙 부악(지금의 팔공산)을 일컫는데, 신라 때부터 국가적 차원의 제사를 올리던 명산들이다.
웅장하면서도 장엄한 지리산에서 대간의 그 긴 여정, 가슴 벅찬 첫 발자국을 힘차게 내딛기 위해, 19시 경주를 출발해 다음날 새벽 1시경 중산리에 도착하니 매표소의 밝고 환한 불이 마치 우리를 반겨주는 듯 빛나고 있다.
산행 준비를 마치고 1시 15분 천왕봉을 향해 오르기 시작한다.
랜턴 불을 밝힌 채 한 걸음 한 걸음 올라서니 칼바위가 나오고 이어서 망바위에 다다른다.
고개를 드는 순간 무수한 별들이 초롱초롱 빛나면서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며 소시적 고향의 밤하늘을 연상시킬 정도로 맑고 깨끗하다.
로타리산장에 도착하니 벌써 많은 산꾼들이 음식 준비를 하느라 분주하고, 샘터에서 물 한 모금 마신 후, 우리나라 사찰 가운데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자리 잡고 있는 법계사를 지나 천왕샘에 도착해 잠시 휴식을 취한다.
천왕봉 아래 바위 절벽에서 흘러나오는 천왕샘(1,850m)은 백두대간의 남쪽 구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샘으로 첫눈에 봐도 예사로운 샘이 아니다.
초여름이지만 고도가 높아질수록 날씨가 차갑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며 4시 3분 천왕봉 정상에 올라선다.
아직은 주위가 어둠에 잠겨 있어 사람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고, 고요한 침묵만이 사방을 감싸고 있다. 그곳에서 나는 힘차게 “정상이다”라고 부르짖었다.
‘지리산 천왕봉 1,915m’, ‘韓國人의 氣象 여기서 發源되다’라는 표지석 앞에 우뚝 서니,‘백두대간’종주 시작이라 그런지 왠지 모르게 가슴이 뜨거워지고 벅찬 감정이 몰아친다.
4시 35분경 후미가 도착하고 40분 ‘백두대간’출정식을 거행한 후, 드디어 본격적인‘백두대간’대장정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