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모씨 “주민 자치권 무시하는 처사”
면장 “이장직에 적합한 인물 아니다”
면장이 주민투표로 마을 이장에 선출된 사람을 임명 거부하고 다른 사람을 이장에 임명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5일 산내면 대현3리 이장선거에서 당선된 고모(55)씨는 면장이 주민투표에서 당선된 자신을 임명하지 않는다며 지난 15일 경주시청 정문에서 1인 시위를 벌이는 사태가 벌어졌다.
고모씨는 이날 “내가 주민투표에 의해 당선됐는데도 면장이 인정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임명하는 것은 주민 자치권을 무시하는 처사이며 면장은 이를 사과하고 사퇴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모씨는 시청 정문 앞에서 시위를 하면서 “이장단 회의에 참석하려다가 멱살까지 잡히는 수모를 당했다”면서 주민들의 자치권을 무시한 면장의 사과와 사퇴를 요구하며 경주시청 정문 앞에서 삭발과 함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대해 손상규 산내면장은 “이장직은 마을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고 행정기관과 연결 역할을 해야하는데 고씨의 경우 지금까지 행동으로 볼 때 이장직을 수행하기에 적절하지 못하다고 판단해 다른 사람을 임명했다”며 “경주시 이장 및 통장 임명 등에 관한 규칙에도 각 읍면동장이 이장과 통장을 임명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산내면 대현3리 주민들은 지난 5일 마을 정기총회에서 고씨와 전임이장을 두고 투표를 한 결과 고씨가 56표, 전임이장이 45표를 얻어 고씨가 선출됐다.
그러나 손 면장은 주민투표로 선출된 고씨 대신에 엄 모씨(여·52)를 새 이장으로 임명했다.
시 관계자는 “투표를 통해 이장과 통장을 뽑을 때 주민 간 갈등이 발생해 폐단을 없애기 위해 2003년 자치법규를 개정하면서 주민 총회 등의 조항을 삭제해 놓고 있다”며 “면장이 주민투표 결과와 관계없이 업무수행 등을 고려해 이장을 임명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