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산내면 한 마을의 이장 임명문제로 시끄럽다. 면장이 주민투표로 뽑은 마을 이장을 두고 제3의 인물을 이장으로 임명했기 때문이다. 얼핏 보면 민주사회에서 민주적인 절차와 방식으로 선임한 이장을 면장이 직권으로 주민의사를 무시하고 다른 인물을 이장으로 임명한 잘못된 사례로 보인다.
그러나 2003년 12월 31일 개정된 경주시 이·통장 및 반장임명 등에 관한규칙에 따르면 ‘사명감과 책임감이 왕성하고 봉사정신이 투철한 자로 당해 이·통에서 1년 이상 거주한 남ㆍ녀 25세 이상, 65세 이하인 자 가운데 읍ㆍ면ㆍ동장이 선임ㆍ임명한다.’로 규정하고 있다. 이 규칙에 따르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될 게 없다. 이 규칙도 개정 이전에는 주민총회에서 투표로 이장을 뽑으면 읍ㆍ면ㆍ동장이 임명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장을 뽑을 때 주민 간 갈등이 발생하는 폐단으로 이를 개정한 것이다.
개정규칙이 투표로 인한 주민갈등을 해소한 이점은 있지만 최 일선 자치단체의 주민대표인 이장을 뽑는 데 있어 주민의사가 반영되지 않고, 상급기관에서 일방적으로 임명할 수 있게 한 것은 주민자치에 역행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기초단위인 이·통 마을은 거의 가족처럼 오순도순 살아온 자연마을로 주민들의 정서와 위계질서 등 각 마을마다 나름의 정서가 있다. 그동안 이장 선출도 마을마다 불문율로 확립된 나름의 위계와 질서가 있기 마련이다.
만에 하나 이러한 사항들이 배려되지 않고 읍ㆍ면ㆍ동장이 임의로 이장을 선임하고 일방적으로 임명한다면 오히려 주민화합과 질서를 깨트릴 수도 있다. 분권과 자치시대인 만큼 다소 문제가 있어도 주민의사가 반영되는 이장선출방식이 명분과 실리에서 더 옳은 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