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가는 역사도시 경주, 시민이 나서야 산다 북부동 K슈퍼 주인은 하루에도 수십번 자동차 경적소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사거리에 위치한 가게 앞에는 차들이 앞다투어 빠져 나가려고 하기 때문이다. "4년여동안 이곳에 장사를 하고 있지만 양보하는 운전자가 없어요"라며 "심지어는 운전자들이 차에서 내려 소리를 질러대는 장면이 한두번이 아닙니다"고 한심해 했다. 이같은 상황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편도 2차선도로이 한 차선을 전세낸 듯 버젓이 차를 세워 놓는가 하면 교통 표지판은 있으나 운전자가 가고 싶으면 모든 법규를 무시한다. S아파트 경비를 맡고 있는 김씨는 주민들이 쓰레기를 버리려고 나오면 영하의 추위에도 일일이 나와 쓰레기를 제대로 버리고 있는지 지킨다고 한다. "각 가정마다 분리수거 안내문을 보내고 주민들도 협조하겠다며 동의까지 해놓고 대충대충 쓰레기를 버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음식물쓰레기를 분리해 내놓아 달라고 홍보를 했지만 안보는 사이에 물이 줄줄 흐르는 쓰레기를 그대로 내 놓고 있습니다"며 공동생활에서 기본적인 약속을 실천하는 것은 기본인데 나만 편하면 된다는 생각이 좀처럼 사라지지않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가뜩이나 꽁꽁 얼어붙은 경제 위기속에 우리 스스로 짜증나는 사회를 만들고 있다. 또 경주에 이사온지 20년이 넘었다는 전모씨(45세·충효동)는 "경주만큼 학연·지연·혈연이 심한 곳을 없을 것"이라며 "아마 줄을때까지 경주에 살아도 경주인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경주의 폐쇄성을 지적했다. 경주대 박모교수는 "학연·지연·혈연이 지역발전에 밑거름이 될 수도 있지만 집단주의에 빠진다면 지역발전에 큰 걸림돌이 된다"며 "경주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인품과 능력, 상식이 있는 사람이 대우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주가 문화·관광도시라는 것은 초등학생 정도만 되어도 다아는 사실이다. 수십년동안 구호만 요란했지 지금 경주는 `빈깡통만 요란한 도시`로 전락하고 있다고 뜻있는 시민들은 자괴하고 있다. 골치아프면 뒤로 미루는 행정, 내집 앞에는 안된다는 주민들, 친절보다는 우선 돈부터 벌고 보자는 상인들 남보다 나만 편하면 된다는 경주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 경주는 단점보다 장점을 훨씬 많이 갖고 있는 도시다. 그러나 많은 장점도 우리 스스로 지키고 만들어가지 않는다면 없는만 못하다. 모두들 21세기를 문화의 세기라고 한다. `무늬만 문화 도시 경주가 아니라 몸과 마음 모두 넉넉한 문화의 도시`로 만드는 것은 30만 경주시민의 몫이다. 지금부터라도 2천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경주에는 상식이 통하고 기초가 바로선 시민이 사는 도시라는 자존심을 세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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