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산임수 명당자리에 뿌리 내린 24층 아파트 거실 나른한 휴일 오후 아프리카 세렝게티 누우떼 강을 건널 때 악어 굶주린 눈빛 번득임 너머로 피 흘리며 비척이던 물소 한 마리 비좁은 28평 아파트거실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있네 문명의 밀림 속 거친 숨소리 들리는 저 잔등의 오후 두 시 먼 길 달려오다 차갑게 식은 아프리카 태양이 창문에 매달려 들여다 보는데 악어가 어슬렁거리는 아파트 마당에서 물소 비명소리 굳게 닫힌 방음벽을 매달려 기어오르고 있었네 누우떼 이동하는 길목엔 언제나 가면을 쓴 악어가 있었네 건물 모퉁이 돌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닫히고 무리 한가운데는 아직 안전 한 거야? 악어는 무리의 분열을 기다리다 잠이 든 거야! 숙제를 하던 아이가 물소 등에 기대어 졸고 있는데 안녕하세요 아트 부크월드 입니다 제가 조금 전에 사망했습니다 부고를 알리는 동영상이 상자 속에 갇혀 생쥐처럼 바스락거려 세렝게티 야생의 등가죽은 여전히 거실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고 그 잔등에는 문명의 밀림 속 짧은 평화가 음소거 된 스크린 속에서 내 아이의 꿈을 만들고 있네 *아트 부크월드(미국 유머 칼럼리스트)-지병인 신장병으로 사망. 미리 제작된 동영상 비디오로 자신의 사망소식을 알림 시작노트 : 낡은 가죽소파가 놓인 좁은 거실, 휴일 오후. 아이의 달디단 낮잠을 지켜봅니다. 고른 숨소리가 방바닥에 가득 고여 출렁거립니다. 복잡한 문명의 소음 속에서 이 평화를 지켜 줄 튼튼한 방음벽이 필요합니다. 거친 문명의 밀림 속을 용기 있게 걸어 나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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