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문동
끈질기고 강인한 생명력
소나무 그늘 아래엔 웬만한 풀은 자라지 못한다. 햇빛 차단한 가지 탓도 있겠지만, 생존 위해 소나무가 벌이는 화학전쟁 탓이다. 소나무 화학무기는 갈로타닌(gallotannin)이다. 타감물질(他感物質)이라고 이름붙은 물질은 다른 식물의 씨앗 발아와 생장을 억누른다. 그 소나무 아래서도 여린 싹 틔워내고, 7~8월이면 마침내 보랏빛 꽃피우는 끈질긴 생명력 지닌 맥문동(麥門冬)이 부럽다. 눈덮힌 겨울 숲속에서도 푸른 잎새 자랑하는 강인함도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