民心이 곧 天心임을 아는 자 天下를 얻다
장 춘 봉
세계 최대 베스트셀러는 성경이다. 그러나 가장 많이 읽히는 소설은 아마 삼국지일 것이다. 광활한 중국대륙을 지배하는 영웅호걸들의 활약상과 제갈공명의 신묘한 계책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것으로 삼국지를 읽었다는 말을 하면 단순한 독자에 지나지 않는다. 삼국지가 독자들에게 보내는 가장 값진 선물은 “하늘(천명)과 땅(지기)과 사람(민심)”을 얻어야 천하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곧 세상을 살아가는 도리이고 민심이고 천심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요지경이다. 요즘처럼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줄서기에 혈안이 된 세상도 요상하다. 그보다 더 요상하고 수상한 것은 민심을 외면하고 멋대로 당을 만들었다 허물었다 하는 개판정치다. 정치적 줄서기는 어느 나라 어느 곳에도 있다. 이들은 정책을 개발하고 국가발전을 위해 모든 것을 투자하면서 천하를 도모하고자 노력한다. 여기에는 법과 룰과 도덕을 중요시하며 권모술수와 마타도어를 동원하지 않는다. 우리정치의 줄서기와 투쟁의 투쟁에 의한 투쟁만을 위한 정치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따라서 우리정치에 국가발전이나 지역발전을 기대한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을 기다리는 것보다 더 어렵다.
사람들의 관심은 오는 12월 대선에 누가 당선될 것인가와 누구에게 정치적 줄서기를 하면 될까하는 것뿐이다. 여기에는 국회의원, 광역(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등 모든 선거직은 물론 교수도 사회적 저명인사도 시민도 연줄을 통해 정치적 줄서기를 하고 있다. 나름대로 특정 대선후보자 줄서기에 미치고 열광하는 것은 지지하는 후보자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향후 5년간 정치적 입지강화를 바탕으로 주도권(중앙무대 진출, 국회의원, 기초광역자치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의 공천)을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정치가 늘 그렇게 해 왔기 때문에 이들만을 탓할 수도 없다. 그러나 국가와 지역발전, 민주주의 토착화, 주권회복 등으로 경제대국을 향해야 하는 마당에 줄서기 정치는 청산되어야 할 암적 존재이다.
인생살이란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바닥에 닿으면 힘을 모아 다시 올라가는 사이클(순환)이 있다. 태어나 성장하고 성숙하고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생명 그 자체가 생의 본질(사이클)이다. 생명의 본질을 알고 있는 자는 순환에 거역하지 않기 때문에 평생을 살아가도 외롭지 않다. 그러나 정치적 줄서기에 열중하면 출세해도 내리막길에서 힘을 모아 올라가지 못하고 인생 낙오자로 전락하고 소외돼 주어진 명대로 살지 못하고 비참한 종말을 고한다.
경주도 지금 정치적 줄서기가 한창이다. 좌파세력을 몰아내고 정권교체를 해야 된다는 명제는 분명한데 서로 아롱다롱 다투다가는 지난 대선 때와 같은 우를 범할 것이라는 여론도 비등하다. 민심이 곧 천심인데 민심을 얻어 천하를 가질 생각은 하지 않고 솥 안의 물고기처럼 시간이 지나면 삶아지는 것도 모르고 서로 다투고 뽐내고 여유롭게 헤엄치면서 놀고 있는 물고기와 같은 일(釜中之魚)이 벌어지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