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구주령
윤은숙(시인)
나
너
겁 없는 안개
셋이서 위태롭게 구주령九珠嶺 건너고 있다
밤나무 숲
비 젖은 노루의 불안한 사시斜視
누군가 후다닥 몸 섞는 소리
한반도 전역에 장마 비 내리고
아무리 음란해도 들키지 않는다
이미 안개 강이 되어버린 구주령
수묵화 문틀 쓰~윽 건너 뛰어
시치미 뚝 떼고 고개 넘는 엔진소리
안개 틈새로
장마에 무료한 타바꼬꽃
갸우뚱 기우뚱 좌우로 몸 건들거리며
수상한 암호나 해독하고 하고 있을 뿐
나
너
은밀한 안개
공범 셋, 아무도 모르게 실종 돼버려도
단서는 없다
이미 안개에 포섭 되어버린 구주령
호우 특보에도 보도되지 않는다
시작노트
시는 늘 네 마음의 정직한 기록인가 캐묻는다.
사무사思無邪없이 어찌 시와 가까이 할 수 있겠는가? 뜨끔하다.
약 력
경주 출생
경주 문예대학 수료.
경주대사회교육원 문예창작반 재학.
계간지 우수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