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의회 2007행정사무감사 취재기●
생방송 의식 장황한 심문, 답변은 듣는 듯 마는 듯
시민들에게 시의회 입장 알리는 감사장으로 변해
경주시의회가 실시하고 있는 2007행정사무감사가 처음으로 지역케이블방송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 가운데 시의원들이 이를 의식해 장황한 설명과 중복 심문으로 시의회의 입장을 시민들에게 알리는데 급급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이번 행감에서는 시의원들 간의 수준차가 그대로 드러났을 뿐만 아니라 집행부 일부 간부들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거나 횡설수설하는 답변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심문하고 또 하고 시간이 부족(?)=생방송으로 진행된 이번 2007행정사무감사 본청감사는 처음 50분 감사를 하고 10분을 쉬는 방법으로 했으나 단 건을 두고 한 의원이 30~40분씩을 소비하거나 중복된 질문을 하면서 방송을 의식한 감사로 일관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위원장이 매번 의원들에게 심문을 간단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한 건의 질문에 50분을 흘러 보내는 일도 있었다. 첫날 감사에서 시간이 여의치 않자 제1감사반은 생방송과 관계없이 감사를 진행하는 방법을 택했다.
▶심문은 길게 답변은 짧게?=이번 감사의 특징은 시의원들의 심문은 20분~40분을 장황하게 하고 집행부의 답변은 듣는 듯 마는 듯 하는 사례가 자주 일어나 핵심적인 내용은 간데없고 집행부의 잘잘못을 따지는 감사가 되지 못했다.
일부 의원은 수십 분 동안 자신의 이야기만 한 뒤 집행부의 답변은 필요 없다는 식으로 감사를 해 집행부 간부가 “이제 답변을 좀 합시다”고 발끈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새로운 감사내용이 없다?=올해 감사에서 가장 많이 다루었던 내용 대부분이 작년도 감사에서도 지적을 받았던 내용이다. 경주시립요양병원 문제는 부실공사 등이 새로 거론됐지만 작년에 특혜의혹을 제기하며 감사장을 다뤘던 내용이다.
또 열린시정 대화의 광장이나 문화예술회관 건립, 술과 떡 축제 경제적 유발효과, 망성교 교량공사 관련 특혜 등은 작년 행감에서 의원들이 집중적으로 심문을 해 당시에는 용기있는 감사를 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올해 감사에도 이 같은 내용을 다시 꺼내어 장시간 할애함으로써 시민들에게 이를 알리려는 식의 감사를 진행하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물론 올해 행감에서 엑스포 홍보 무관심과 경주시 인사정책의 문제점, 경주시 상품권 발행의 문제점 등의 지적은 관심을 끌었지만 과거 어느 감사보다 중복된 내용이 많았다.
▶시의회 입장을 알리는 감사=이번 행정사무감사를 처음 지켜본 시민들은 시의회가 지나치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는데 만 그쳐 정작 집행부의 잘못을 정확하게 짚고 답변을 받아내는 데는 부족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L모(44·동천동)씨는 “생방송으로 중계돼 시의원들의 감사장에서의 활동을 지켜볼 수 있는 좋은 기회는 됐지만 시의원들이 자기들 이야기만 일방적으로 하고 이에 대한 공무원들의 이야기는 잘 듣지 못해 아쉬웠다”며 “감사를 통해 시의회의 입장을 시민들에게 알리려는 방법으로 감사를 하는 것은 개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엉뚱한 질문으로 빈축=일부 시의원들은 확인되지도 않은 내용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집행부를 몰아세우는 장면도 있었다.
유영태 의원(감포·양남·양북)은 “방폐장 직원들이 경주시내에 사무실을 임대해 놓고 있으면서 민민간의 갈등을 조장하는 것 같다. 그 곳에서 갈등의 소지를 일으켰다”는 등 일방적인 이야기를 해 심문 의도를 의심케 했다.
현재 성동동에 있는 사무실에는 일부 직원들이 언론홍보와 경주시청과 관련된 업무를 보기 위해 남아 있다.
일부 공무원들은 의원들이 심문 일변도로 이야기하자 얼굴을 붉히며 대응하는 경우도 자주 일어났다. 특히 일부 의원들은 자신의 지역에 관한 내용만 나오면 장시간 집행부를 따지는 시정질문식(?) 감사를 해 위원장이 제재를 하기도 했다.
▶집행부 답변도 어물쩍=집행부 일부 공무원들은 묵묵부답으로 있거나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도 문제였다. 감사 첫날 첫 번째 출석한 K감사정보담당관은 의원들이 물의를 빚고 있는 사업에 대해 물어보거나 공무원 징계사항 등 주요 업무에 관한 심문을 했지만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아예 답변을 하지 않아 질책을 받았다.
이성주 기자
사진=최병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