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방폐장 반납해야
최근 방폐장 유치지역 지원사업에 대한 시행계획 수립결과가 그 윤곽을 드러냈다. 유치지역지원위원회가 결정한 62건의 사업 가운데 최종적으로 48개 사업에 대한 3조2천95억 원의 시행계획이 결정되었다.
역사문화도시의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감내하면서까지 방폐장 유치로 경주의 부활을 꿈꾸었던 경주시민들의 기대에 턱없이 모자라는 실망스런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히는 것은 당장 시행 가능한 사업은 17건 1조5천795억 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것도 지방산업단지 조성, 국도 및 지방도 개설 등 이미 추진 중인 사업들이거나 방폐장 주변지역 주민숙원사업 등 자질구레한 사업들이다. 그리고 29건 1조3천20억 원은 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 수립 승인 등의 행정절차를 거쳐야 한다. 한수원이 투자할 컨벤션센터, 에너지 박물관은 용역 결과가 나와야 한다.
유치지역지원위원회가 결정한 62건의 사업 가운데 장기검토 사업으로 분류된 7건의 사업은 아예 시행계획 수립에서 제외됐으며, 이번에 다시 7건이 사업비가 명시되지 않아 사실상 시행계획에서 제외된 사업은 총 14건으로 늘어났다.
문제는 또 있다. 사업기간이 세월없이 길게 늘어져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경주~감포간 국도 4호선의 경우 당초 2011년 준공을 목표로 시행해오던 사업으로 이번 유치지역 지원 사업에 포함되면서 오히려 2012년 이후까지 사업기간이 연장되었다.
유치지역 지원 사업이 얼마나 형식적이고 불합리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아닐 수 없다. 굳이 방폐장을 유치하여 오명을 뒤집어쓰고 지역주민들간에 갈등하지 않아도 당연히 이루어질 사업들이었는데 이를 방폐장 유치지역 지원사업으로 요청해 건수와 액수만 부풀린 경주시나 당연히 해 줄 사업을 두고 마치 대단한 선심이라도 쓰듯 생색내고 있는 정부의 행태가 마치 3류 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
차라리 이럴 바엔 방폐장을 반납하고 시민들의 자구적인 노력으로 경주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후손들에게 떳떳한 일이 아닌가 싶다.
다시 찾고 싶은 해수욕장
경주는 곳곳에 산재한 문화재로 인해 여름방학을 맞은 가족단위의 피서객들이 문화탐방과 함께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어 적잖은 피서객들이 찾는다.
경주지역 오류, 전촌, 나정, 봉길, 관성 등 5개 해수욕장이 오는 10일 개장을 앞두고 손님맞이 준비에 한창이다.
오류해수욕장에 주차장이 새로 조성되었고, 그동안 경관을 훼손했던 해안초소가 철거되었으며, 전촌·나정해수욕장에 기업체 하계휴양소 유치를 위한 기반시설 확충과 주차장 조성, 백사장 보호 옹벽 등의 시설을 했다.
해수욕장 주변에 설치된 화장실을 비롯한 급수대와 샤워시설 등 낡고 훼손된 각종 시설을 정비하고 대청소를 실시하는 등 손님맞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 모래사장 정비 장비(비치크리너)를 빌려 5개 해수욕장 모래사장에 방치되어 있던 각종 폐기물을 수거하고 모래사장을 말끔하게 단장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매년 피서철이 끝날 즈음이면 경주지역을 찾았던 피서객들의 원성이 높았다. 아무리 시설과 자연경관이 좋아도 그 안에서 불친절하고 부당한 바가지요금이나 씌운다면 소용없는 일이다.
최근 경남 거제시에서 해수욕장 개장을 앞두고 지역 음식점과 숙박업소에서 초과요금을 받으면 초과한 요금만큼 피서객에게 보상을 해주는 ‘바가지요금 보상제’를 실시해 주목받고 있다.
눈앞에 보이는 이익보다 투명한 상행위를 통해 피서객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 줌으로써 더 많은 피서객들을 유치하려는 좋은 전략으로 평가된다.
경주시가 해수욕장 개장을 앞두고 시설과 환경을 깨끗하게 정비해 피서객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일도 좋지만 상인들의 얄팍한 상술에 피서객들이 불쾌감을 갖지 않도록 하는 특단의 조치를 했으면 한다.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음식·숙박요금은 경주가 갖고 있는 많은 장점을 무색하게 만든다. 낮선 곳을 찾는 피서객들에게는 훈훈하고 친절한 인심이 가장 큰 행복이다. 그럴 때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