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문동 연화동 당간지주 앞에서 진평왕릉에서 바라보면 아담한 키에 말없이 천년을 지켜온 아름다운 연화문 당간지주가 보인다. 최근에 경주시에서 주변 토지를 매입하고 새롭게 단장한 보문동 연화문 당간지주는 아마 현존하는 한국의 당간지주 중에 가장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고 본다. 연화문 당간지주에서 동남쪽으로 보이는 보문사지의 금당터와 목탑터의 서쪽엔 보문사지 당간지주가 서 있으므로 한 사찰 에 두 개의 당간지주는 만들지 않을테고 아마 별도의 사찰이 있었지 않나 추측해 본다. 이 연화문 당간지주를 볼 때 마다 인도 배낭여행 가서 갠지즈강이 흐르는 바라나시에서 버스를 타고 30여분 만에 도착한 초전법륜지인 사르나트 고고학 박물관 전시실 입구에 서 있는 아쇼카 석주의 연꽃문양을 떠 올리곤 했다. 처음 신라 불교문화 유적을 답사할 땐 연꽃하면 불교의 상징으로 생각하다가 인도여행을 다녀온 뒤 흙탕물 속에서 고고하게 피어오르는 연꽃을 우주의 중심으로 보는 비유하여 불교뿐 아니라 자이나교나 힌두교 장식조각에서도 연꽃을 즐겨 새기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현재 이란지역인 고대 페르시아제국의 수도였던 페르세폴리스(퍄르샤) 아파다나 궁전유적 사진을 보면 높다란 기둥의 초석에는 아쇼카석주 주두처럼 연꽃문양이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다. 다리우스 1세와 크세르크세스 1세 2대에 의해 건설된 페르세폴리스 유적의 아파다나 궁전(기원전 6세기 건축)은 높이 20미터의 72개 기둥 가운데 13개가 남아 있는 웅장한 규모인데 넓은 공간을 석조기둥으로 떠 받치는 공법은 고대 이집트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페르세폴리스는 아직 못 가보았지만 연꽃문양의 발생지로 추정되는 이집트를 직접 답사할 기회가 찾아왔다. 5월 19일 카이로로부터 남쪽 560킬로미터 지점 나일강변에 우뚝 선 카르나크신전(18만평 규모)과 룩소신전에 가니 정말 하늘을 찌를듯한 크고 높은 기둥들로 지어진 거대한 신전건축물이었고 그 곳에 종려나무문양과 연꽃문양 그리고 파피루스문양이 많이 있었다. 카르나크신전(기원전 20세기부터 기원전1세기 까지 건축됨)의 기둥 중간 장식에 수 많은 문양이 있었는데 그 중엔 연꽃으로 추정되는 문양도 많이 새겨져 있었다. 문화재 공부를 하고 답사를 많이 다녔지만 고대 이집트 유적을 답사하고 받은 충격 가운데 하나가 연꽃이 이집트의 나라꽃이라는 점이다. 고대 이집트는 나일강 상류의 상이집트, 나일강 하류의 하이집트 두 왕국으로부터 출발했는데, 상이집트는 식물은 연꽃 동물은 독수리를 하이집트는 식물은 파피루스 동물은 코브라를 숭상했는지 유적마다 그 문양이 많이 등장한다. 통일이집트 왕국의 파라오 두상에는 코브라와 독수리가 함께 등장하기도 한다. 카이로에 있는 이집트고고학박물관 입구 정원에 작은 연못이 있고, 그 곳엔 파피루스와 연꽃이 자라고 있었다. 파피루스는 고대 종이를 만드는 재료로 쓰였고, 연꽃은 이집트에서 시작하여 페르시아를 거쳐 간다라지방을 거쳐 인도의 다양한 문양장식에 쓰였고 특히 불교장식에 많이 쓰여 이는 중국을 거쳐 통일신라로 전해졌고 보문동 연화당간지주에도 아름답게 장식되었다. 보문동 연화문 당간지주에 새겨진 통일신라의 찬란한 문화유산인 여덟 잎 연꽃을 들여다 보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연꽃장식의 발상지가 수 만리 떨어진 이집트였고 이집트의 국화가 바로 이 연꽃이라는 점을 상기하면 고대 이집트문화와 통일신라의 문화 또한 실크로드를 통해 끈질긴 인연이 이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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