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짓는 집 김 일 호 경주힐튼호텔 남루한 삶의 끝자리에 그가 터를 잡은 곳은 산이 어슬 어슬한 한기를 피해 내려온 햇살이 노루 꼬리 만큼 남은 서산 기슭이었다 언제나 기댈데 없던 마음 한 채 들여 놀 집 생각하다가 쉰이 넘도록 꼬이기만 했던 내장 같은 줄자 잡아 마음 앉을 품을 잰다 평생 떨칠 수 없었던 근심 네 귀퉁이에 내려 놓으며 구부러진 마음허릴 세워 본다 벽돌 쌓아 바람을 막고 펄떡 거렸던 핏줄 다독여 구들장 밑에 숨죽여 깔며 숭숭 들락거렸던 생각들 앉혀 보는 것이다 혹시 근심 새어 들까 황토 구석구석 채워 다지며 기왓장 한 장씩 올린다 허리에 두손을 짚고 집안 구석구석 다시 재어 보다 아무래도 마음이 외로울 거라 처마끝에 제비 한 마리 잠 재울 생각도 하고 , 끊지 못할 세상일 궁금할 것 같아 산그늘이 시작되는 곳에다 새집 닮은 빨간 우체통을 세워둔다 (2007근로문화예술제 수상 작품) 시작노트 리어커에 이삿짐을 싣고 셋방살이를 전전하던 시절이 길었다. 남의 집에 꽃을 심고 강아지를 기르다가 눈치 살피시던 어머니의 옛그림자가 그 때의 어머니 나이보다 더 많아져 흰머리가 희끗한 나이가 되어도 떠나지 않았다. 백화만초를 심어 주름진 얼굴에 환한 웃음꽃 피게 하고 싶었다. 반 백년의 삶을 차곡차곡 기왓장 쌓듯 서산 기슭에 지었지만 어머니는 꽃밭보다 병원에 더 자주 가신다. 약 력 경주출생 현재 경주힐튼호텔 근무 2007 근로문화예술제 시 부문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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