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 신월동 삼층석탑
경주에서 건천을 거쳐 영천가는 새로난 자동차 전용도로를 계속 달려 안강-영천-대구간 도로와 만나는 지점에서 바로 우측 즉 영천방면으로 차를 300미터쯤 몰면 독특한 양식의 조각상을 지닌 9세기경의 통일신라 삼층석탑이 있는 신월사 안내판이 나온다.
영천 청제비를 보러 갔다가 내친 김에 차를 몰아 영천 신월동 삼층석탑을 답사하였다. 언젠가 대구에서 영천을 거쳐 경주로 돌아오다 우연히 보았던 신월동 삼층석탑(보물 465호: 영천시 금호읍 신월리 소재).
처음엔 9세기 신라말기의 석탑이고 세월의 풍파에 조각도 많이 닳아버려 뚜렷하지 않은 조각상 때문에 별 관심 없이 보았었다. 그런데 문화재 산책을 계속하다보니 다른 석탑에서는 보기힘든 독특한 조각상에 매료된 이후 자주 이곳을 찾는다.
신라석탑이 통일이후 후기에 접어들면서 기단부에 12지신상이나 팔부중상 조각이 등장하는데, 내가 답사한 곳 중에는 원원사 삼층석탑의 12지신상과 남산 창림사지 삼층석탑에 있는 팔부중상이 인상이 깊다. 12지신상이 새겨진 탑의 기단부는 우주가 2개, 탱부가 2개이지만, 팔부중상을 새기려면 우주는 2개 탱주는 1개이어야 한다.
문화재산책을 하다 직업병처럼 생긴 버릇이 하나 있는데, 불상이나 보살상 그리고 사천왕상이나 12지신상 그리고 팔부중상을 볼 때 가장 먼저 살피는 것이 조각상의 자세와 수인이다. 불상을 중심으로 서 있는 입상, 앉아있는 좌상, 누워있는 와상으로 나누고, 앉아있는 좌상은 다리의 모양으로 결과보좌, 반가부좌, 유희좌, 윤왕좌, 의좌, 교각좌 등으로 분류되는 이론이 있다.
그런데 의자에 앉는 모습인 의좌에서 약간 변형된 것으로 양 다리를 교차시킨 자세가 교각좌라고 말하는데, 이 자세는 인도에서는 천인과 속인의 앉는 자세로, 중국에서는 미륵상으로 많이 나타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통일신라말의 성주 노석동 마애불상군(보물 655호)의 오른쪽 협시보살상에 이런 자세가 있다고 하고 이외에는 거의 보기 힘든 희귀한 자세이다.
영천 신월동 삼척석탑의 상층 기단부에 새겨진 팔부중상의 8개 조각상 모두가 이 교각좌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기에 문화재산책의 매력이 더 솟는다. 그리고 신월동 삼층석탑의 1층 탑신부에는 문비문양이 조각되어 있는데 그 안에 자물쇠와 문고리 2개가 뚜렷하게 새겨져 있다.
네 면의 문비에 모두 이런 독특한 문양이 새겨져 있고, 상층 기단부의 8개 팔부중상 조각 모두 발의 자세가 교각좌라는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독특한 양식의 조각을 가진 이 삼층석탑이 있는 곳은 신라 진평왕때 신월사 라는 절터가 있었다는 전설이 남아있어 근래에 신월사라는 절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