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푸레나무의 겨울나기 강 지 희 공예가·시인 뒷산 길섶에 서 있는 물푸레나무 잎 다 떨군 가지들이 자잘한 뿌리 같다 겨울을 견디기 위해 나무는 뿌리를 지상으로 보내고 잎들은 땅속에 묻어둔 것이 아닐까 젖은 뿌릴 햇살에 널어 말리는 동안 제 우듬지를 땅 속 깊숙이 처박고 캄캄한 어둠 속에서 어린가지와 새순을 내며 사슴벌레가 쉬었다 갈 그늘과 개똥지빠귀 둥질 어디에 앉힐 것인가 궁리도 할 것이다 이윽고 오래 기다리던 봄비들이 물조리개처럼 빈숲을 적시면 공중의 뿌리들은 땅 밑으로 내려가고 잎들은 재빨리 지상으로 걸어 나와 그렁그렁 이내도 피워 올릴 것이다 껍질을 벗겨내면 금방이라도 푸른 피 한 바가질 쏟아 낼 것 같은, 내 안에 들어와 강물처럼 눕는 나무 시작노트 잎진 물푸레나무의 자잘한 나뭇가지들이 뿌리처럼 얽혀 있었다. 겨울 동안에는 나무의 뿌리와 가지가 서로의 역할을 바꾸는 시간이 아닐까 ? 어둔 땅 속에 갇혀있던 뿌리들은 지상으로 올라와 흙을 털고, 가지들은 잠시 땅으로 내려가 봄에 피울 잎들을 준비하고.... 아픔에 접근하는 자리바꿈을 통하여 나무들은 오롯이 하나의 의미로 자라는 것이 아닐까? 타인과 나의 관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가 그가 되고 그가 내가 된다면 우린 얼마나 아름다운 한 그루 나무가 될 것인가! 약 력 공예가, 시인. 경주대학교사회교육원 문예창작과 수료. 대구시 수성구 수공예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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