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 지 황명강 시인 생애 최초의 반성문을 쓴다 이 빠진 횟접시에 누워 빨판을 뒤집는다 두 개의 귀와 두 개의 눈이 끌어다 모은 길들 토막 난 채 구불텅거린다 봄 여름 가을 몽땅 가져다 준 이에게 쩡쩡 얼어붙은 겨울강을 내주었다고 쓴다 누군가에게 들켰을 얼룩들 몸 밖으로 베어나와 나냐너냐 부끄러운 문장의 느낌표처럼 미끈거린다 하루 물질을 마친 해안선이 돌아오고 채석강은 긴 소매 펄럭이며 그녀를 맞고 있다 칠천 년 껴안았을 어깨와 가슴이 처음인 듯 맨살 포개며 서로를 문질러댄다 나는 더 이상 아무것도 쓰지 못하고 접시 모서리에 누워 구물구물, 이 세상과의 단 한번 뜨거운 약속 소신공양을 다짐한다 시작노트 반성하지 않는 일상이어야 진취적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던 때가 있었다. 시간의 한 올 두올이 거짓 없이 새겨진 채석강을 마주하고 서서, 지킬 수 없었던 약속 들여다보는 현재의 나는 누구인가! 약력 경북 경주출생. 계간 `서정시학`으로 등단. 한국시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경주지부 회원. 국제펜클럽 대구지부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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