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를 심은 오월 김 원 광 수필가/월간 문예사조 등단 한국 문인협회원/한국 시사랑협회원 이제 제법 따가워진 햇살을 피해 저녁시간에 둘째 놈의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하는 자전거 뒷 꽁무니를 잡아주러 나갔다. 뒤뚱거리며 한참을 뒤를 잡아주며 담장을 끼고 돌다가 문득 한 곳에 시선이 머물렀다. 집 옆 장미넝쿨에 빨간 장미들이 너무도 참해서 한참을 들여 다 보았다. 쓰다듬듯이 꽃잎이랑 이파리도 만져보고 코를 대고 향기도 맡아보고. 매화로 봄을 알린지 어저께 같았는데, 산수유 목련 개나리로 이어서 벚꽃 진달래 아카시아 꽃으로 봄을 채우더니 이제 장미가 오월을 아름답게 치장하고 있다. 신록이 아름다운 계절이라고 시나 수필에서 푸르름을 노래함만 보아온 터에 그 원색의 잔치에 붉디붉은 장미는 단연 화사하리만치 마음의 원색 수를 놓게 했다. 푸르름이 받혀주어서 붉음이 더 아름다운 것인가! 옛날 어머니의 나들이 삼단치마에 수놓아진 그 꽃 같기도 하고. 고등학교 갓 졸업한 처녀들이 연습 삼아 멋 부린 립스틱 같기도 하고, 둘째 놈 잘 골라 쥐는 빨간 크레용 같기도 하다. 한 송이를 따올까 몇 번이나 망설이다가 그냥 못 꺾고 말았다. 장미꽃 앞에 줄로 늘어서서 채전에서 거둔 채소들을 파는 할머니들께 눈살스러워서 이기도 했지만, 모여 피어서 서로 주절대며 또 고개 짓하며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아서 홀로 내 욕심에 데려오기에 내 마음이 허락하지 않은 것이다. 이승만 박사가 얘기한 한 일화가 생각이 난다. 지금 이 꽃처럼 붉은 장미 한 송이를 보이면서 이것을 어디에다 꽂으면 가장 어울리겠느냐고 질문을 했을 때 온갖 화병들을 얘기하자 하는 말이 이 한 송이는 유리컵에 꽂아야 아름답단다. 화려하고 아름답게 장식한 화병에다 꽂아두면 화병이 돋보여 꽃의 아름다움이 묻혀버리지만 볼품없는 컵에 담아두었을 때 장미의 제 격이 단연 드러난다고. 그 얘기를 했을 때도 아마 지금처럼 아카시아 향이 배어드는 오월이었으리라. 사람의 살음에 잠시 빗대어지는 말 같기도 하다. 외적인 치장과 갖은 말들이 그를 돋보이게도 하지만 보이지 않는 내면을 채움으로 보이지 않는 보임이 더욱더 사람을 은은하고 진하면서 장미의 연한 향기처럼 많은 여운이 남지 않을까하고. 푸르름이 있기에 오월이 아름답다. 그 속에 장미가 수놓고 있기에 더욱 오월을 사랑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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