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향을 맡으며 소나무는 우리나라 대표 나무다. 원래 송목이라 불리웠고 적갈색 또는 흑갈색이며 바늘 모양의 잎이 두개씩 난다. 4월에 꽃이 피고 이듬해 가을에 열매인 솔방울을 맺는다. 한자어로 육송, 적송이지만 우리말의 솔나무에서 소나무란 말이 생겨났다고 한다. 공기 탁한 시내에 살다가 서천내 장군교를 벗어나면 싱그러운 강바람이 한결 마음을 시원하게 한다. 흥무공원이 있는 송화산 진입로에는 김유신 장군묘로 오르는 통나무 계단을 따라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하늘높이 아름드리 소나무가 죽죽 뻗은 산길에 들어서면 상쾌한 솔향기와 송진 냄새가 정겹게 다가온다. 쏟아지듯 가파른 계곡에는 겨울내내 얼었던 시냇물이 흐르고 약간 차가운 듯한 바람이 송림 사이를 지나면서 솔잎을 흔들면 묵은 잎이 줄줄 떨어진다. 사람의 생명을 유지시켜주는 것으로 첫째가 맑은 공기이다. 폐활량을 높이기 위해 심호흡을 몇차례 하고나면 정신이 맑아지고 근육에 힘이 솟는다. 건강한 몸매를 단련시키기 위해서 사람들은 산을 많이 찾는다. 가파른 민둥산보다 소나무가 우거진 오솔길이 등산객의 발길을 당기고 폭이 좁고 호젓해서 좋다. 소나무는 수종에 관계없이 껍질이 두터운 것과 얇은것 두 종류가 있는데 육질이 얇고 붉은것은 터지거나 비틀림이 없고 가벼운 특징을 지니고 있다. 요즘 재선충이라 해서 소나무를 고사하게 만들지만 대체로 벌레가 안 먹고 잘 썩지도 않아 옛부터 한옥을 짓는데 최고의 목재로 쓰였다. 소나무는 경사가 급하고 모래 기운이 섞인 토양에서 잘 자라며 물이 잘 빠지는 마사토가 최적의 토질이다. 가난했던 시절에 소나무를 마구잡이로 잘라 땔감으로 사용하다보니 요즘은 손길이 닿지 않는 절벽이나 바위 등 척박한 땅에만 자라는 구불구불한 소나무가 대부분이다. 산능선을 따라 산을 오르다 계곡 쪽으로 들어가다 보면 기묘하게 뒤틀리며 수백년 세월을 지켜온 노송이 지조를 뽑낸다. 껍질이 붉은 소나무는 햇빛이 구름을 벗어날 때마다 황금색으로 반짝인다. 석양녘에서 보는 풍광은 일품이다. 들판보다 높은 산에 주로 서식하며 바람과 산사태를 이겨내기 위해 뿌리가 깊고 길게 뻗어 자연재해를 막아주는 인간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토착목이다. 떨어져 쌓인 솔잎(솔가리 경상도 말로 갈비)를 모아 불쏘시개로 쓰고 시장에 나가팔면 적잖은 돈이 되기도 인간에게 유익함을 주는 불사불멸의 나무요 민족의 애환과 함께한 나무다. 춘향이와 이도령과 헤어지는 장면에서 ‘도령님 안녕히 계세요. 늘 푸르고 무성한 소나무같이 안녕히 계세요’ 낙락장송에서 추위와 가뭄을 용캐 견디어 내는 절개와 지조를 지키는 것으로 상징화되어 병풍이나 족자에는 항상 크게 치지하는 것으로 부각되어있다. 감나무엔 감이 열리고, 배나무에는 배가 열리는데 왜 소나무엔 소가 달리지 않나? 혼자 생각하면 저절로 웃음이 난다. 옥녀봉 가는 산길을 따라 오늘도 솔향을 맡으면서 변함없이 늘 우리곁에서 영원히 존재하기만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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