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사랑과 냄새가 물씬 나는
박근영 작 ‘니, 꼬치 있나?’
경주출신의 출향인이 경주를 소재로 하여 경주 냄새가 물씬 나는 책 한권을 펴내 화재다. 작가는 박근영(43. 경주 황남동 출생) 책의 제목은 ‘니, 꼬치 있나?(출판사-금붕어)
이 책은 수필과 꽁트, 단편소설 등을 복합하여 장르를 무시하고 펴낸 책이다. 내용은 60년대부터 70년대에 이르기까지의 격변기를 살던 사람들이 무엇을 먹고 어떻게 먹고 어떤 놀이를 했고 어떤 시대적인 일화들을 간직하고 살았는지를 풀어낸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시대적인 설명을 나열하는 평범한 책이 아니다. 작가는 누구나 겪었던 일상적인 일들을 기막힌 에피소드를 통해 흥미진진하게 풀어놓고 있다. 하루 종일 씹던 껌을 벽에 붙여놓고 다시 씹었다던가, 프로레슬링을 보면서 온 동네 사람들이 열광했다던가, 비닐 비료 포대기를 우산 대신 쓰고 다닌 일, 홍수환의 권투시합 후 동네가 권투 열품에 휩싸인 이야기들을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재구성하여 맛깔스럽고 상쾌하게 풀어 놓았다.
60년대부터 70년대까지는 가난한 시절이다. 경주 역시 가난을 면치 못한 시절임을 작가의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을 통해 엿볼 수도 있다. 그러나 작가는 가난했지만 용기 있던 삶들을 열심히 조명하고 있다.
제사공장으로 공순이 생활을 하러갔던 누나의 일화는 가슴을 절이게 하고 고무지우개를 훔쳐간 짝꿍의 일화를 통해서는 어린이의 순수한 연민과 동심을 보여준다. 새마을 운동의 역동적인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고 분단 상태에서 반공을 국시로 한 나라의 아픔을 느낄 수 있다.
작가는 딱지치기, 옴파깨이, 구슬치기나 고무줄뛰기 같은 일상적인 놀이는 물론, 고무신, 소달구지, 쫀드기, 양은도시락 심지어는 채변봉투의 기억 속에서도 번뜩이는 소재를 발굴한다.
만화가 이현세씨가 이 책에 추천서를 썼는데 그는 이 글에서 작가를 기억력의 천재로 표현하고 있다. 그만큼 이 책은 동시대를 산 사람들이라면 가슴 속에서 잊혀져버린 추억을 새록새록 되새길 수 있는 장면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담고 있다.
이 책에 나오는 모든 대화체가 전부 순수한 경주 사투리로 구성되었다는 것 또한 특징이다. 그러면서도 누구에게나 편하게 읽힐 수 있는 것은 작가의 문장이 그만큼 쉽고 편안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는 작가의 어린 시절과 60년대 안압지 사진 같은 경주의 오래전 모습을 볼 수 있는 흑백 사진들과 남천 내 문디바위나 황남동 고분군, 반월성 뒤, 김유신 장군 묘 등의 모습이 각 에피소드마다 적절히 분산되어 있어 경주인의 향수를 자극한다.
이 책의 제목 ‘니, 꼬치 있나?’ 역시 경주 사투리다. 남자임을 증명하기 위해 뛰어내려야 했던 문디바위의 전설 같은 추억 속에서 얻어진 이 제목은 책 내용의 한 단원인 동시에 작가의 치열한 경주 사랑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작가 박근영은 비록 처녀작으로 이번 책을 내었지만 이미 인터넷상에서는 만만치 않은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경주고와 경주여고 연합카페에는 독자거인 방을 받아 칼럼을 쓰고 있으며 그의 블로그(blog.adum.ent/386dokebi)는 하루에도 수 백명씩 드나드는 유명 블로그가 되어 있다. 이 책이 나온 것도 (도)금붕어의 출판 담당자가 그의 블로그를 발견한 것에서 비롯됐다.
작가 박근영은 황남초, 신라중, 경주고를 졸업했으며 세종대학교에서 관광경영학을 전공하고 현재 (주)스핀캡틴쿡 여행사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경주를 사랑하는 마음도 대단하여 다년간 재경경주중고등학교동창회에서 간사활동을 하고 있으며 경주고도보존회에서도 핵심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책의 표지에 도깨비 난장이라 표현 한 것은 작가의 닉네임이 도깨비이기 때문이다. 처용가에 나오는 두두리 설화를 도깨비의 원천이라고 주장하는 경주인다운 발상이다.
서울=황인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