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말에 ‘똥 누러 갈 때 맘하고 나올 때 맘하고 다르다’고 했던가?
경주가 방폐장 유치지역지원 사업으로 신청했던 8조8천억 원 대부분이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19년을 해결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던 핵폐기장 문제를 의외로 쉽게 풀더니 이젠 말을 바꾸며 배짱을 내밀고 있다. 방폐장 유치지역은 팔자라도 고칠 것 같이 각종 장밋빛 공약으로 유혹하더니 정작 방폐장이 확정되고는 나 몰라라로 일관하고 있으니 기가 막힌다.
30만 경주시민이 알고 대한민국 국민이 다 아는 내용을 정부관계자만 모르겠다고 한다면 소도 웃을 일이 아니겠는가.
정부는 2005년 각 지자체에서 방폐장 유치운동이 한창 전개될 시점에 국책사업을 수용하는 대가로 지역발전이라는 굵직한 당근을 제시했었다.
그해 8월 경주시를 방문한 이희범 전 산자부 장관은 주민대표와 언론인들에게 “기술개발자금 2조원, 에너지 관련자금 2조4천억원, 전력산업기반기금 1조8천억원 등 산자부 가용자금이 얼마든지 있으니 경주를 명승관광지로 만드는데 정부가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2월 산자부 관계자는 “이 전 장관이 당시에 한 말은 애향심의 발로였을 뿐”이라며 일축해 이 전 장관의 호언장담은 방폐장이 결정된 후에는 헛공약임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경주시민들은 오랫동안 생활의 불편을 감수하며 지켜온 역사문화도시의 정체성마저도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를 감내하면서도 오직 침체된 경주를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정부를 믿고 방폐장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주시민의 고뇌는 아랑곳 않고 목적을 달성했으니 이제는 더 이상 아쉬울 것이 없다는 정부의 태도는 백번 지탄받아 마땅하다.
경주발전이 담보되지 않는 방폐장이라면 경주에 들어서야할 이유가 없다.
심야보일러 특혜의혹
경주시가 추진하고 있는 경로당 심야보일러 설치사업이 특혜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경주시는 계속되는 석유 값 인상으로 인해 경로당 운영에 애로사항이 있다고 판단, 원전지원금 28억 원으로 관내 401개 경로당을 대상으로 기존에 설치된 기름보일러를 심야전기보일러로 교체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주시가 예산절감을 위해서는 마땅히 공개입찰을 했어야 하지만 지역경제를 활성화 한다는 차원에서 민간자본 보조 사업으로 추진하면서 이·통장 및 각 경로당 추진위원회에 설치사업계획을 시달하고 지난 2월부터 각 경로당이 개별적으로 업체를 선정하여 계약하도록 했었다.
그러나 최근 156개 경로당이 계약을 완료한 시점에서 특정업체가 111개 경로당을 독식한 것으로 드러나 갖가지 의혹이 꼬리를 물고 일고 있다.
지난해 말경에 경주시에 사업자등록증을 내고 이 사업에 뛰어든 급조된 업체라는 것, 지난해부터 이와 관련해 갖가지 로비설이 제기되어왔다는 점 등이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경주시가 경주시의회에 제출한 심야보일러 공사계약현황이 사실과 다르고, 계약도 되지 않은 경로당에 이미 공사를 진행한 사실이 드러나는 등 경주시가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거나 뭔가 사실을 은폐하려고 한다는 의구심을 들게 하는 대목이 그 의혹을 더 짙게 하고 특혜의혹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심야보일러설치사업의 추진 배경이나, 공개입찰이 아닌 민간 보조 사업으로 이 사업을 추진하게 된 배경에 대한 의혹 등 경주시가 원천적으로 이 사업을 농단하려고 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의혹에 지나지 않는 순수한 배경에서 추진된 사업으로 이해하고 싶다. 그러나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경주시가 진상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오히려 이를 은폐하려고 든다면 그냥 넘길 문제가 아니다.
경주시는 모든 의혹을 철저히 조사하여 만에 하나 이 사업의 추진 과정에 편법이나, 부정 등 잘못된 점이 있다면 그 진상을 숨김없이 밝히고 그 책임의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