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이 한번의 기억을 되살리는 사이
유행은 한번의 기억을 잃는다
재고정리의 할인점에서 아내는
유행이 버리고 간 기억을 들고도
저울바늘로 흔들리며 고민에 빠지는 동안
나는 아내와 옷을 번갈아 보면서
어디에선가 새로이 태어날 유행이 생각된다
거리에서 출렁대는 유행의 물결에 겉돌며
남들 다 가진 욕심 얼마나 눌러왔을까
애써서 민감하지 않으려는 아내의 현실에서
유행의 대열에 당당하게 세우지 못하는
내가 아프다
아내는 나에게 참으로 아름다운 꽃이다
시작노트
때이른 꽃 소식들.
반가운 웃음으로 선뜻 화답하지 못하고
덜커덕 무거워지는 마음,
인과응보라고 했던가.
추위 때문에 빨리 지나가길 바랬던 겨울이
어느샌가 멀어져가고 있음에 가슴은 왜 내려앉는지.
내가 글을 쓰고 있으면 아내는
혼자 있을 때보다도 더 외로워진다.
나에게 참으로 아름다운 꽃.
평생 바라보아도 애틋한 꽃.
시들한 옆에서 다른 꽃잎 따다가 수를 놓은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요행으로 아내가 초저녁에 잠드는 날은
글을 쓰기에는 참 좋은 날.
약 력
55년 경북 봉화 출생
전 포스코 근무
현 롤엔롤 근무
한맥문학 시 신인상
한국문인협회 회원
경북문협, 경주문협 회원
물레방아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