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가 비록 늦었지만 재래시장 현대화 사업에 착수키로 했다는 사실은 크게 평가할만 하다. 과거 시민들의 주된 시장기능을 담당해 왔던 염매시장이 오래전 사라지고 중앙시장(아랫시장)과 성동시장이 경주상권의 맥을 이어오고 있다. 또 중앙로를 따라 형성된 중앙상가와 17개 상가들이 상도(商導)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까지 경주에는 고도라는 이유로 대형 제조업체나 별다른 기업체가 발 붙일 수 있는 공간과 여건이 형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주의 경제권은 사실상 상가와 재래시장을 중심으로 한 상인 위주로 짜여져 있었고 이후 각종 대리점과 신라백화점이 들어서면서 명실상부한 신상권 형성이 축을 이루기 시작했다. 여기다 토산품 판매점과 식당, 관광요정 등 관광업체들이 성시를 이루면서 한때 경주가 직접적인 외화가득에 한몫을 기대하는 엉뚱한 도시로 탈바꿈돼 경주인들은 전통 유교도시로서의 자존심을 접어야 했던 시절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이제 자치단체가 재래시장 기능회복에 발벗고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지붕 갈아 끼우기와 화장실 몇군데 고친다고 해서 재래시장이 되살아 나고 활성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물론 하드웨어적인 시설투자에도 힘을 쏟아야 하지만 그보다 시장내 유통구조와 상품구매, 판매성장을 위한 고객확보, 상품구성 등 소프트웨어적인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관광객이 쉽게 찾을 수 있는 편의시설 구비도 중요하다. 예로 시장내 유사제품들을 한곳에 모아 고객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제품의 경쟁력을 스스로 키울 수 있도록 자금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본다. 대부분 시장 상인들의 경제력은 영세하고 이로인해 구조개선을 위한 투자는 엄두도 못낼 형편이기 때문이다. 자치단체가 이 부분에 대해 상인들과 협의하고 행정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단체장이 관련부서 공무원을 대동하고 시장을 찾아 직접 상인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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