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경주박물관대학을 비롯한 각종 신라문화 강좌를 통해서 우리가 배우고 익힌 것은 석가탑이 신라석탑의 가장 전형적인 형태이고, 다보탑을 비롯한 몇 몇 희귀한 형태의 불탑은 정통양식에서 벗어난 이형탑(異形塔)이라고 불렀다.   특히 다보탑에 대해선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독특한 설계와 건축기법이라고 배워왔다. 일반적인 신라탑은 위에서 내려다보면 정사각형의 기단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다보탑은 위에서 내려다 보면 십자가 형태의 독특하고 신기한 형태라서 보는이 마다 한 마디씩 의견을 말하곤 한다.    실크로드를 답사하면서 호텐의 사막 한가운데 있는 라왁사원지의 불탑이 기단부가 비록 진흙벽돌로 만들었지만 다보탑과 같이 사면에서 계단을 타고 오르는 비슷한 형태인 것으로 확인한 적도 있다.    그러나 파키스탄 탁실라 시르후 동쪽으로 만셀라방면 16킬로미터 부근의 하로계곡 정상부근에 있는 브하말라 불탑(Bhamala Stupa)의 사진을 보는 순간 이번 답사에서 조금만 더 사전 준비를 하고 시간을 조정하여 직접 가보지 못한 후회가 뇌리를 스쳤다.    브하말라 불탑 주위의 승원구조는 같은 탁실라 내 졸리앙과 비슷한다. 동쪽에 승원이 있고 서쪽에 주불탑과 그 주위의 수 많은 봉헌 스투파가 배치되어 있다.   그런데 신라불교미술에서 다보탑이 아주 독특한 거의 유일한 형태의 십자가형 계단이 있는 기단부를 가지듯이 탁실라의 브하말라 불탑 또한 위에서 내려다보면 십자가 형태로 다보탑과 거의 같은 모양의 계단구조를 사방에 두고 있다. 단 다보탑은 화강암으로 만들어졌지만, 탁실라의 브하말라 불탑은 석회석을 다듬어 만든 재료의 차이와 상단부는 고대인도의 다른 불탑과 같이 원형돔 형태라는 것이 다른 점이다.   그러나 경주에서 수년간 박물관대학 강좌를 듣고 또한 불교미술사 및 동서문화사 강의를 들으면서도 다보탑의 십자가형 사방에서의 계단이 왜 만들어 졌을까? 석가탑 옆에 세우면서 왜 저렇게 독특한 형태를 창조했을까? 모방했을까? 하는 의문의 실마리가 늘 남았는데, 이번 간다라문화 유적답사를 다녀와서 탁실라와 스왓 등지의 수 많은 고대 인도 불탑들을 직접 답사하면서 어렴풋이나마 인도에서부터 불탑의 기단부는 사각형도 있었고 또 올라가는 돌계단이 있었으며, 브하말라 불탑처럼 너무나 다보탑과 닮은 사방에서 돌계단을 타고 올라갈 수 있는 십자가형 기단부의 불탑이 이미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확힌하는 보람을 얻었다.    흔히들 인도의 불탑하면 산치대탑처럼 원형복발형을 연상하지만, 간다라의 보고 중의 한곳인 스왓의 붓카라만 하더라도 주스투파는 원형 돔이지만 주위의 수많은 봉헌 스투파는 사각형 기단부이고 이미 우주와 탱주 그리고 다른 다양한 불상과 불교장식예술이 조각되어 있었다.   그리고 부처님 득도처인 보드가야 대불탑의 모습은 사각형 피라미드를 상부만 잘라놓은 형태이다. 따라서 어느 나라 어느 시대의 불탑은 꼭 이런 형태라고 단정짓기에는 우리의 짧은 지식과 답사경험에 한계가 있다.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불국사 그중에서도 자랑스런 아름다운 모습의 다보탑이 과연 어떻게 설계되었을까? 특히 십자가형으로 사방에 계단이 달린 기단부는 어디서 본따온 양식인가 하고 늘 궁금했는데, 이 다보탑과 거의 유사한 사방에 계단이 달린 십자가형 기단양식의 탁실라 브하말라 불탑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다보탑의 건축양식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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