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의 각종 보고서나 시의회에 제출하는 자료의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면 그 표현이 가히 수준급(?)이다.
있는 것을 잘 포장하여 작품을 내놓으면 때로는 행정력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는 있지만 중요한 사안에 대해 입장이 곤란하다며 분명치 못한 자료를 만들어 내놓을때는 관선시대의 행정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최근들어 경주시의회 간담회나 임시회, 정기회 등이 열릴때 마다 시의원들의 한결 같은 이야기는 집행부의 자료가 너무 부실하다는 것이다.
회의에 임박해 자료를 시의회에 제출하는 것은 물론이고 알맹이 없는 자료를 제출하거나 책임소지가 있는 껄거러운 내용은 본질을 피해가는 내용으로 기술해 책임을 어물쩍 시의회에 넘기려고 한다고 시의원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 14일 경주시의회 간담회에서 집행부가 제출한 `하수종말, 분뇨처리장 민간위탁 추진안`에 대한 내용은 단연 집행부의 발빼기 자료의 극치를 보여 줬다.
이미 행자부의 지침으로 민간위탁을 추진해야할 하수종말, 분뇨처리장 민간위탁건은 99년 5월 시의회에 보고한 이래 차일피일 미뤄오다 2년이란 세월만 보낸 것이다.
더욱이 2000년 7월 기구통합 및 직제조정으로 20여명의 공무원들이 명분상(업무는 계속보고 있음)의 구조조정을 당해 지금까지 1년여 동안 집행부의 뜨거운 감자로 남아 있는 사안이었다.
결국 집행부는 구조조정은 하고 민간위탁은 안해 경북도 감사에서 지적받는 상황에 이러렀다.
이제 집행부는 발등에 불은 떨어졌지만 어느 누구도 분명한 자료를 마련하는 곳이 없다. 행정 수반인 이 시장 조차 앞으로 닦칠 선거 정국을 의식한 듯 선뜻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14일 집행부는 말로는 민간위탁을 하기 위해서 안건을 내놓았다곤 하지만 누가 보더라도 "민간위탁은 해서는 안됩니다"라는 내용의 일색이어서 안건을 논의하던 시의원들이 어리둥절하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물론 집행부는 이 민간위탁의 건에 대한 장단점을 파악해 보고했지만 용역회사에 7백여만원을 지불하고 나온 결과는 세밀한 분석이 뒷밭침 되지 못했다. 여기서 민간위탁의 하자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문제는 전국에서 70여개 자치단체가 민간위탁을 하고 있고 경북도내에서도 이미 5개 자치단체가 민간 위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사례를 검토 분석하고 점검하고 우리의 여건에 맞는 결정을 하도록 충분한 자료를 준비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결국 골치아픈 안건이라고 2년여 동안 그냥 방치했다는 점이다.
집행부의 이같은 잘못된 관행의 보고 형태도 문제지만 매번 지적만 하고 이를 개선하는데 소홀한 민의의 전당 시의회의 태도 또한 문제가 있다.
30만 경주시민의 대의기구라는 시의회는 매번 늦게 제출하는 집행부의 자료를 탓하기 보다 현안에 더욱 가까이 접근해 사전에 공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미 간담회 등 회의에 안건으로 상정되는 것들 대부분은 언론에 보도되거나 사회적인 이슈가 된것 민생과 관련된 사항이기에 시의원이라면 당연히 챙겨서야 한다.
집행부와 이를 견제하는 시의회 모두 경주시민을 삶의 질을 높이는 조례를 제정하고 예산을 편성하며 또 심의하고 결정하는 곳이다.
어물쩍 넘어가는 자료로 회의를 계속하는 것은 시간낭비가 아닐까? 벌써 지방자치제가 실시된지도 10년이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