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잃어버린 고향을 찾아
재경경주향우회 정기총회에서 우리는 반가운 마음도 잊고 잘 차린 잔칫상도 뒤로한 채, 한참동안 비참한 시간을 가졌었다. 얼굴은 굳고 눈빛이 긴장되어 고성이 오고갔다. 과연 그것이 최선이었을까?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누가 보아도 이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총회가 아니었다.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은, 성립될 수 없는 총회를 열어놓고 무효라는 말을 쓸 수도 없다.
이날 우리는 소탐대실을 넘어서 스스로 자신을 해치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말았다. 너, 나 할 것 없이 우리 모두가 잘못했다고 본다. 고향에서 쫓겨난 탕자의 심정으로 단체기합을 받아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아주 소중하고 귀한 인연들이다. 같은 고향의 토양에서 생산한 음식을 먹고, 같은 고향의 물을 마시며 자라고 성숙 했다. 또 같은 고향에서 땀 흘려 일하신 조상들의 후손이다. 유구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같은 고향과 같은 시대에서 생을 같이 하는 수백억분의 일인 소중한 인연이다. 또 우리의 고향 경주는 매우 귀한 인연의 땅이다.
유방이 세운 한나라의 말엽에 신라가 건국되어, 그 후 삼국지의 삼국시대에서 당나라가 망한 이후까지 10개나 나라가 흥망을 하는 기간까지 천년을 경영해 온 나라이다. 세계사에 하나밖에 없는 천년고도의 역사도시이다.
그 이후 또 천년, 오늘에 우리는 살고 있다. 온갖 수난과 영욕의 시대가 오늘날 우리나라의 기반이 된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늘 긍지를 갖고 살아왔다. 그러나 이 날은 허망한 마음으로 스트레스가 꽉 차인 채 집에 돌아와야 했다.
중동의 조그마한 나라 이스라엘과 한국을 비교한 연구를 들은 적이 있다. 공통점은 강대국 사이에서 빼앗기고, 끌려가고, 고통 받은 비참한 역사이고, 또 지능이 우수하다는 것이다. 미국타임지가 세계 각국 국민들의 지능을 조사 발표한 기사에서 한국인이 1위였다고 한다. 그러면 이 두 나라의 차이는 무엇인가? 두뇌의 활용과 화합 즉 인화라고 한다.
이스라엘은 본국 천9백만 명, 미국 9백만명(핵심 4십만명)의 인구로 노벨상을 1/3 차지하고, 무기, 에너지, 금융, 의료 등의 시장에서 세계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두뇌의 활용과 서로의 화합에서 역방향으로 에너지를 많이 빼앗기고, 필요 없는 일에 스트레스를 주고받는 피곤한 사회라는 이야기다.
고향 경주가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중요한 시기에 우리 출향인들이 힘을 보태도 시원치 않은 상황에서 지리멸렬하는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서야 되겠는가? 가장 작은 신라가 삼국을 통일했던 것도 결국 원효의 화쟁사상과 같은 화합정신이 그 바탕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사 속에서 보았듯이 우리의 고향 경주로부터 일어난 사상과 문화는 늘 온 민족, 온 나라가 공유하는 문화로 정착해 왔었다.
우리가 경주인으로 태어나 이 땅에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자랑스럽고 명예로운 일인가? 긍지와 함께 높은 사명감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고향 경주를 구심으로, 우리 향우회가 대의에 따라 노력하고 서로 사랑할 때다. 이해, 겸손 그리고 화합으로 멀리 보고요!
향우 여러분의 건투를 빈다. 그리고 이번 향우회 정기총회 결과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데 화합을 모색하기 위해 회원들이 마음을 열고 토론을 한번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2007. 01. 27 김헌영 올림
서울대학교 졸업 / 삼성물산 부장역임 / 쌍용 자동차 사장 역임 / 현. 보문기공(주)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