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저녁 서울 강남웨딩문화원에서는 재경 경주향우회 정기총회 및 신년교례회가 열렸다.
새해를 맞아 모처럼 고향 선후배가 한 자리에 만나 인사와 덕담을 나누는 뜻있는 자리였다. 더구나 올해는 2년 임기의 임원을 선출하는 정기총회를 겸한 신년교례회라서 더욱더 의미 있는 자리였다.
그러나 반가움과 기대감으로 참석했던 많은 출향인들은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실망감을 감추지 못해 여기저기서 갖가지 불평들이 터져 나왔다. 문제는 회의진행 방식에 있었다.
정기총회는 최고 의결기구로써 모든 것을 열어놓고 진지하게 토론할 수 있는 자리여야 하고, 합리적으로 결론을 도출해 내야함에도 불구하고 집행부가 원칙과 절차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회의를 끌어가다보니 회원들의 반발이 터져 나오고 급기야 회의장이 큰소리와 삿대질까지 오가는 아수라장이 되기에 이른 것이다.
모든 일에는 원칙이 있기 마련이다. 그것이 상식일수도 있고, 관습일수도 있지만 조직의 경우 합의된 규칙이 있고, 국가의 경우는 헌법이 있는 것이다. 설사 대통령이라고 할지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직무의 범위 내에서 법에 따라 국정을 운영해야하고, 조직에서도 그 집행자가 규칙을 무시하고 회를 운영할 수는 없는 것이다.
특히 정기총회나 임원선출과 같은 첨예한 문제에 있어서는 더욱더 그러하다. 물론 이권이 없는 단체의 경우 경선보다 부드럽게 추대의 형식을 취하는 것도 운영의 묘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도 반대자가 없이 사전에 충분히 공감대가 이루어졌을 때에 한해서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규칙에 따라 원칙대로 처리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이번 재경경주향우회 정기총회에서의 임원선출 과정은 이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따라서 많은 참석자들이 반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더욱 심각한 것은 임원선출을 둘러싼 잡음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거의 매번 반복된다는데 있다. 기회에 규칙을 제대로 정비하여 다시는 고향동지 간에 얼굴 붉히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