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묵은 된장
내 어렸을 때
그날은 반쯤 죽어
알몸이 꺾여
너럭바위에 착 걸쳐져 있었다.
입에서
콧구멍에서 줄줄이 게워내는
사생결단의 몰골
사람들이 뛰어 오고
놀던 바둑이도 달려 와
주위를 팽이처럼 돌았다.
산발의 물귀신을 면한 건
아주 물로 쳐진 살덩어리 값으로
묵은 된장 한 독.
살았다. 오, 고맙다는
참인사로
묵은 된장을 세상에서 제일
귀한 기억의 일로 쾌히
날렸다
묵은 된장이 어찌
물에 쳐진 살덩어리뿐이냐.
마른 살 살아내는 값으로
오, 고맙다는 인사
내 오늘도 아침 상 위에
올리는 것을.
시작노트
어린 시절, 물에 빠져 죽을 뻔한 일이 있었다.
청도군 매전 냇가에서 홀랑 벗고 퐁당거리며 놀 때다.
물살에 휩쓸려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며 떠내려가는 나를
마침 산에서 나무를 하던 농부가 쏜살같이 달려 와 건져냈다. 은인인 그 분에게 어머니께서 얼마간의 금전과 된장 한 독을 드렸다고 하는데 목숨의 값치고는 참으로 미미한 것이라 항상 빚진 마음이다.
아침저녁 상에 올라 내 몸 살아내는 힘 키워주는 된장을 보면 죽은 몸 산 몸 다 살려내는 위대함을 본다. 고맙다.
약 력
경북 경주출생. 경희대 국문과 졸업.
‘현대문학’ 추천으로 등단.
시집 ‘바람아 문둥아’, ‘잡초기’ 등 다수.
한국문협, 한국시협, 펜클럽, 한국현대시협 중앙위원.
경북문화상, 금오대상, 제 1회 대구펜문학상 수상.
현, 대구문학아카데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