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나 볼 수 있는 경주의 도심거리
도심 가꾸기 행정과 주민 함께 나서야
경주의 도심 걷고 싶은 거리가 없다
찬란한 신라천년의 역사도시 위에 자리 잡은 경주의 현 도심은 세계적인 역사문화도시를 기대하는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실망을 준지 오래다.
우리나라 여느 도심과 다름없는 거리와 건물, 그리고 간판들. 현재 경주의 도심에선 고도 경주의 정체성을 찾기 어렵다.
지금 도심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시민들은 도심 경제가 최악의 상황이라며 연일 목소리를 높이지만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주를 찾는 국내·외관광객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작년 한해 경주를 찾은 국내·외 관광객은 719만6천379명으로 2005년 748만1천351명보다 30여만명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보여주는 문화유적만으로는 더 이상 경주를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은 보여준 것이다.
천년의 문화와 천년 후의 문화가 존재하지 않는 경주는 결코 살아남기 어렵다. 도심을 관광객들이 찾고 싶은 거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경주시의 적극적인 투자와 도심 상인들의 사심 없는 양보와 협조만이 가능하다.
▶봉황로 문화의 거리와 황성로 특화거리 조성, 논란만 일고 있는 중앙로=경주시는 지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봉황로(법원사거리~내남사거리)에 전선 지중화, 건물리모델링, 도로정비, 간판정비, 소공연장, 상징조형물 설치 등을 통해 문화의 거리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시는 먼저 이달 중으로 현재 도심경관을 훼손하는 전선을 지중화 하는 사업에 들어간다. 그리고 오는 5월 중으로 ‘경주시 문화의 거리조성지원조례’를 제정하고 7월부터 본격적인 사업에 들어간다.
시는 황성로(우체국사거리~천마총사거리) 구간 중 차량 통행을 제한화고 있는 (구)신라백화점사거리에서 아카데미사거리까지 거리에 특화거리 조성사업으로 현재의 아스팔트 포장을 걷어 내고 대리석으로 바꾸는 사업을 오는 3월28일까지 실시한다. 시는 대리석을 깐 뒤 곳곳에 벤치 등을 설치할 계획이다.
중앙로(조흥은행사거리~구 경주 시청사)를 걷고 싶은 거리로 만들기 위해 그 동안 수차례 사업을 추진해 왔으나 주차공간을 둘러싼 상가들과의 의견차이로 인도만 확장하고 화분을 놓는 것으로 마무리를 했다.
시는 지난 2002년 5월 중앙로를 걷고 싶은 거리로 만들기 위해 경주대 조세환 교수(현재 서울시립대)와 최재영 교수의 용역보고서를 받았지만 일부 상인들의 반발로 결국 보고서는 무용지물이 됐다.
▶보행자를 무시하는 도심의 거리=경주의 도심이 경주를 찾는 관광객뿐만 아니라 시민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는 이유는 보행자 중심의 거리가 아닌 차량 중심의 거리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인도가 있는 곳은 중앙로뿐이고 나머지 거리는 주차공간과 차들이 다니는 공간밖에 없어 보행자들이 차를 피해 곡예를 하듯 걸어 다녀야 하는 형편이다.
용강동 김 모씨(여·33)는 “아이들과 시내에 한번 가려고 해도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 없어 마음 편하게 다니기가 쉽지 않다”며 “차를 통행하지 못하게 해 놓은 거리(황성로)에만 다니다가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현재 도심 거리 중에서 가장 시민들이 많이 다니는 곳은 당연히 차들이 다니지 않는 황성로라는 사실을 주지 했으면 한다.
▶도심속 랜드마크나 휴식공간이 필요하다=도심에 있어서 랜드마크는 도심을 찾는 중요한 동기부여를 한다. 지난 2002년 경주시가 중앙로를 걷고 싶은 거리로 만들기 위해 보행자 중심의 도로로 구조를 바꾸고 상징문을 설치 하려고 계획했으나 도로변 주차공간을 요구하는 상가들의 반발로 사업 자체가 무산됐다.
국민은행 앞 공간과 농협 앞 공간 등을 시민들이 모여 쉴 수 있는 도심 속의 휴식공간으로 바꾸는 것도 사례가 될 수 있다. 지금 경주의 도심은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어느 것 하나 내세울 곳이 없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차별화된 고도 경주만의 거리 조성을=시는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천마총 후문을 개방해 시가지 유입을 유도했지만 특징 없는 도심의 거리는 더 이상 관광객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동국대 박종희 교수(관광경영학)는 “경주의 시가지는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볼 수 있는 시가지와 같아 경주만의 정체성을 찾기 어렵다”며 “경주의 도심을 걷고 싶은 거리로 만들기 위해서는 고도의 멋을 풍기는 경주에서만 볼 수 있는 차별화된 모습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차이나타운 등지를 가보면 입구를 마치 중국의 성안으로 들어가는 느낌으로 만들어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며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도 시가지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 있도록 이미지를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경주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단순히 거리를 개선하는데 머물지 않고 신라문화체험, 수준 높은 먹거리 등을 갖춘 거리가 되어야 한다”며 “획기적인 기획과 아이디어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