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의 친한 친구를 뜻하는 죽마고우는 진정한 의미로는 주로 남자아이들이 놀이기구가 없던 시절 대나무 작대기를 바짓가랑이 사이에다 끼우고 여럿명이 그 작대기를 걸치고 온동네를 돌아 다니며 기차놀이 시늉을 하던 친구들을 일컬어 하는 말이다.   그때 그시절엔 신나게 여러 마을을 뛰어 다니면서 오후의 시간을 보내고 번갈아 가며 선두의 기관사 노릇을 하는 것이 최고로 신명나는 놀이였으며 그런 친구가 정말 흉허물 없는 친구였다. 죽마고우가 많을수록 성장한 과거가 화려하고 친구가 많은 것은 정말 자랑스러운 것이다.   나는 죽마고우가 몇명 있었는데 이제는 나이가 들다보니 더러는 영원히 헤어지고 두서너명 밖에 없다. 그 중에 한사람을 천거한다면 나와는 묘한 인연을 가진 친구가 있다. 서울 사는 한진구라는 자는 나와는 끊을 수 없는 인연을 갖고 있다. 양쪽의 아버지께서 한 직장에 계셨고 어머니끼리는 오랜 연륜을 가진 친구(계원)이며 한진구는 월성초등학교, 중·고등학교는 물론이요, 대학까지 같은 학교에 다닌 불가분의 사이였다.   내가 가끔 서울에 가면 그 자가 나를 맞이하고 저녁시간을 함께 보내다 결국 그의 집에 가서 식구들과 함께 자며, 직장도 같은 계통의 길을 걸으며 미워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얼마전 내가 서울 간다는 소식도 전하지 않았는데도 미리 알고 몇시에 오느냐고 물을때 어찌 그자를 거역할 수 있겠는가? 만나고 싶지 않은데도 먼저 알면서 부산을 떨고 있는 그 친구, 어찌 마다 하겠는가? “싱거운 사람 인정 많다”는 속담처럼 틈만 나면 우리 식구에게 전화 걸어 자기와 나와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우리의 우정을 돈독히 하는 심사는 얄밉다가도 용서(?)해 주고 싶은 착한 마음씨에 항상 마음이 끌리어 나도 자주 그 집 식구들의 안부를 묻곤한다. 어머니를 먼저 여의고 아버지에게 효도하는 정성은 많은 이웃의 귀감이 되며 맏이 형님이 계시지만 홀 아버지를 모시고 그렇게 좋아하는 효성-그는 정말 나의 죽마고우이다. 털털하고 호방스런 성격이 짝이 되긴 하지만 덩치에 비해 잔정이 많아 항상 나는 부족함을 느끼곤 한다.   두 아들을 자기 멋에 맞게 키우면서 언제나 서글서글한 인정 많은 성품에 호감이 가며 길게 말하는 것 없이 단도직입적이다. “야! 니 서울 온다며, 몇시에 가꼬?” 정보도 빠르고 말 수가 간단 명료하다. 어디서 들었는지 나에 관해서는 나보다 더 먼저 설친다. 용모로 풍기는 나이는 70살이 넘지만은 잔정은 40살이다.   붙임성이 좋아 나의 주장은 묵살당하고 저 먼저 나를 압도하는 고약한 기질에 나는 늘 웃기만 하고 만다. 건강이나 생활에 좋은 것 있으면 스크랩 해 두었다가 일장 늘어 놓으면서 함께 실천 할 것을 종용한다. 한진구-그자는 진정 나의 죽마고우이며, 나의 분신처럼 여기며 쫌팔이 같은 나와는 대조적인 인물이다. 서로가 상대성이니 그렇게 친한가보다. 그저 변함없이 그리고 한결같이 건강하고 행복하기만을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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