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양산(首陽山) 그늘-임운식/사단법인 담수회(淡水會)경주지부장
중국말로 소우양산이라고 불리우는 수양산은 중국에서도 상당히 알려진 산으로 유명하다.
중국은 은(殷)나라의 처사(處士·벼슬을 하지 않고 초야에 묻혀사는 선비) 백이·숙제 형제가 주(周)나라의 곡식 먹기를 마다하고 입산하여, 고사리를 캐먹다가 굶어 죽었다는 고사가 전해지는 산으로 ‘수양산 그늘이 강동 팔십리까지 비친다’는 말이 우리나라에까지 전하여 질 정도로 그말의 의미가 깊다.
다시 말하면 그 말 뜻속에 숨겨진 의미는 어떤 사람이 잘되면 친척이나 친구 또는 친지들이 그의 덕을 입는다는 말이다.
한나라에 높은 지위에 오른 사람이 있으면 그것은 분명 본인의 명예일뿐더러 가문의 영광이다. 그래서 그의 과거가 화려하게 조명되고, 그 집안이나 후손들은 두고두고 자랑거리가 되며 출신학교와 지역까지 떠들썩 할 정도로 요란하다.
아무의 지시도 없는데도 그 고향의 발전은 말 할 것도 없고 서로가 가까운 사이인 것처럼 소문도 다양하게 퍼진다. 금광을 찾을 때는 맥(脈)을 찾고 한의사에게 진찰 받을 때는 진맥을 짚어 본다.
사람 사이에서도 맥의 작용이 크게 영향을 끼쳐 낯선 사람끼리라도 서로 만나면 맥과 파(派)를 꼭 물어본다. 어디에 사는지의 지맥(地脈), 성씨가 무엇이냐고 하면서 혈맥을 따지고, 어느 학교의 출신인지 학맥을 반드시 알고 싶어 한다. 이상의 것들이 그 인연과 가깝지 않을 때는 그 사람은 그기서는 맥도 못추며 파를 거론한다.
같은 성씨라도 무슨 파냐고 묻고 가까운 사람인지 먼 사람인지를 구별하려고 애를 많이 쓴다. 그러면서도 높은 사람과의 밀접한 사이인 것처럼 은근히 자랑하며 그 위세를 업고 여러 곳에 관여해 과시하고 싶은 사례가 많아 늘 그 주변이 시끄럽다.
사람들의 심리속에는 높은 수양산이 있으면 그 그늘속에서 행세 하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뉴스꺼리가 되고 있는 사건을 열거해 보면 청와대 누구와의 관계가 어떻고, 어느 장관의 무슨 관계라 사칭하면서 사기극이 벌어지고, 뜻밖의 사람들이 그런 일들에 쉽사리 말려들어 낭패를 보는 경우가 간혹 있는 것은 사실이다.
국민들의 인식이 수양산이 높을수록 그 그림자도 길게 뻗힌다는 중국 속담이 어쩌면 우리에게까지 적용이 될까하고 생각하면 가소로운 일이다.
힘없고 약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남의 권세를 이용하면 아무리 어려운 일도 해결 된다는 속담의 뜻에 흠뻑 말려 들어가는 것도 정말 어리석은 짓이다. 우리는 아직도 아는 사람의 덕을 많이 보고 이용할려고 하며, 그런 것 없으면 불편하고 불안함을 느끼게 된다고 심리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어떤 사건이 생기면 또 어떤 일을 시작하려고 하면 꼭 수양산 그늘에 속한 사람을 먼저 찾고 그런 부류의 사람에게 의존하려고 한다. 사실 없는 것보다는 아는 사람이 많을 때는 간혹 편리한 점도 있을 수 있다. 우리 민족은 인정이 많은 국민들이라서 서로서로 도와주고 아는 관계를 과시하는 경우가 정말 많다. 그러나 “아는 놈이 도둑놈이다”고 사기 당하고 피해를 입는 경우도 허다하다.
아는 사람과의 관계가 잘 유지되면 얼마나 놓을까?
아직도 수양산 그늘은 우리 주변까지 비치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