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근(칡뿌리)
칡은 우리나라 각지의 산이나 골짜기 어디서든지 볼 수 있는 콩과의 여러해살이 덩굴나무이다. 맛이 달고 독이 없는 칡은 그냥 놔 두어도 잘 자라며 보라색 꽃이 은은하고, 뿌리에는 녹말성분이 많아 떡이나 국수를 만들어 먹는다.
어느 시골 한 노인이 산에서 약초를 캐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약초를 캐어 팔기도 하고 아픈 사람을 치료해주기도 하였는데, 어느 날 산속으로 한 소년이 숨어들어 살려달라고 애원했습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갈씨 집안의 외아들인데 아버지가 반역자로 모함을 받아 집안이 몰살위기에 처해 대(代)라도 이을 생각으로 외아들을 산속으로 피신시킨 것이었다. 갈씨 가문은 그 지방 사람이면 다 아는 충신집안이었다.
그래서 자기만 아는 동굴에다 소년을 피신시키고 음식을 날라주며 보살폈습니다. 세월이 흘러 세상이 조용해지자 노인은 소년에게 이제 집으로 돌아갈 것을 권유하였지만, 소년은 “집으로 돌아가도 혈육도 재산도 없으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게 해 달라” 고 애원해 두 사람은 같이 살게 됐습니다.
노인이 세상을 떠나자 장성한 소년은 노인이 하던 일을 계속이어 나가던 어느 날 열과 갈증이 나고 설사가 심한 환자가 찾아와 고통을 호소하였고 그는 노인이 하던 대로 산에 올라가 약초를 캐어 그 약초를 환자에게 먹였더니 환자는 완쾌되었다.
환자는 그에게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그 약초의 이름을 물었다. 그는 한창 생각 끝에 “내가 갈씨 가문의 뿌리를 지키기 위해 산 속에 남아 캐냈으니 ‘갈근’이라고 하자”며 임시변통으로 명칭을 둘러댔다. 그래서 칡뿌리를 ‘갈근(葛根)’이라 부르게 되었다.
칡뿌리의 가장 큰 효과는 땀구멍을 열어 땀을 내게 하여 감기나 이로 인한 근육의 긴장을 풀어 주는 데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방의 감기 치료에 갈근이 많이 들어가는 것이다. 더불어 고혈압으로 인한 두통과 항강(뒷목이 뻣뻣한 증상), 협심증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는 약재이다.
또, 술에 취했을 때의 한의학적 치료 방법은 땀을 내고 소변을 잘 보게 하여 내부의 습열을 빨리 덜어 주는 것이다. 이에 가장 적합한 약재로 바로 갈근(葛根)인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간(肝)에 습열(濕熱)이 쌓여 황달 및 간염이 있을 때에도 좋으며 소갈증(消渴症)이라 불리는 당뇨병에도 좋은 작용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