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가 저문다. 뭇 삶이 겨울을 맞는다. 화려했던 꽃도 짙푸른 잎사귀도 간 곳 없다. 새 봄 기약하며 뿌리로 뿌리로 침잠한다. 그런데 문득 꽃이다. 한란(寒蘭). 시린 바람 이겨내고 꽃피우는 강인함이 아름답다.
설혹 나래 편 학이 무리지어 춤추는 듯(群舞) 고고한 자태 없더라도, 청아한 향(淸香) 은근하지 않더라도, 천년기념물 아니더라도. 애란(愛蘭)의 꼭대기에 한란이 있단 말에 절로 고개 끄덕인다. 한란처럼 어려운 세상 이겨가는 민초들 삶 보듬는 해밑이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