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위에서 바라볼 땐 이마 치던 저 수평선 가까이 와서 보니 가마득히 멀어 뵈어 밟아온 이순의 길도 가물가물 다 잠긴다.     하루는 산이 되어 듬직이 앉고 싶고 또 하루는 가슴 풀고 들판처럼 퍼졌다가 어떤 땐 강줄기처럼 굽이치고 싶어라.     바람 탄 갈대처럼 서걱이며 흔들리고 피어나는 안개 속에 가슴을 적실 때면 산등 위 청솔 그 향기 붙잡으러 또 간다.           시작노트>>(이순의 나이에 돌아본 삶)   옛날부터 세월을 가리켜 쏜살과 같다고 했다.   이 말은 지나간 날은 처음으로 되돌릴 수 없고 앞으로만 나아가야 함을 뜻하는 말이라 생각된다.   쉼 없이 달려온 지난날을 돌아보면, 어제처럼 손에 잡힐 듯하지만 가만히 펼쳐보면 정말 멀리도 지나와버린 날들이 까마득히 줄을 서고 있는 나이가 되고 말았다.   이 나이가 되도록 자랑스럽고 보람찬 일 제대로 이루어놓은 것이 없어 때로 마음이 답답하다.   그래도 말없이 받아주는 자연이 있어 마음을 의지해보면 내 마음 한구석에 푸른 이끼가 돋음을 느낄 수 있어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다.   안타깝고 초조한 마음을 털어버리려 오늘도 솔바람 따라 산을 오른다.       약력>>경주 안강출생.   경주시청 사무관으로 명퇴.   월간문학 시조부문 신인상 수상등단.   한국문협, 경북문협, 경주문협,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원.   영남시조문학회부회장, 초록숲문학동인회(전회장)상임이사.   저서:시조시집 ‘형산강’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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