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용강동에 구 아람마트를 인수한 삼성홈플러스가 이달초 새로 문을 열면서 경주에도 대형 할인점 시대가 열렸다.
농촌을 포함, 인구 30만명에도 못미치는 작은(?)도시에 설마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났고 때문에 최근들어 재래시장 등 기존 상가들이 가뜩이나 침체된 경기에다 대형 할인점까지 가세하자 매출 격감으로 몸 둘 곳을 모르고 있다.
삼성홈플러스는 유럽의 테스코사와의 합작회사로 순수 국내 기업으로 볼 수 없다. 이는 경주에서 발생되는 하루 수억원대의 매출액 가운데 일부가 외국으로 빠져 나간다는 상식과도 연결된다.
여기다 회사측은 용강동 주변지역을 하나둘 사들여 이곳에다 놀이시설 등이 갖춰진 소위 `삼성타운`으로 조성할 계획이라는 소문도 그럴싸하게 떠돌고 있다. 이 경우 용강동이 새로운 쇼핑 타운으로 변하는 것도 시간 문제일 뿐, 기존 상권이 하나둘씩 무너지는 것은 불문가지다.
물론 법률적으로 대형 할인점이 들어서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또 누구도 가격인하 등 자유로운 유통체계를 제재할 권한도 갖지 못한다.
이로인해 종전 재래시장과 상가들이 엄청난 영향을 받고 급기야 문을 닫는 사태가 발생해도 자유시장 경쟁체제에서 있을 수 있는 일로 그다지 주목받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수십년 이어져 온 경주의 새벽 재래시장과 기존 상가, 서민들의 생활터전은 붕괴돼 언젠가 설 자리를 잃게될 것이 자명하다.
이제 자치단체는 말뿐이 아닌 실제 피부에 와 닿는 `경제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 시급한 것은 우선 기존 상가와 재래시장의 상권회복이다.
지금이라도 대형 할인점에 맞서 재래시장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시장 현대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자치단체가 구 근화여고 주변을 매입, 성동시장을 찾는 고객용 주차장으로 만들고 중앙시장도 새로 단장해 고객이 몰리는 현대화된 시장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그래야 서민들이 살고 경주도 살아난다.
농협도 마찬가지. 경주 진입로 입구에 위치한 하나로 마트 건물은 그야말로 보기에도 흉할 뿐 아니라 매장은 물론 주차장도 낡고 좁아 짜증날 정도다.
기존 노동청사 활용방안도 없이 청사 이전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중앙상가 활성화를 위해 밤새 고민하는 단체장의 모습이 요즘들어 무척이나 아쉽다. 바람이 차갑게 느껴진 탓일까.
물론 세계문화엑스포를 위해 5백억원이 넘는 돈을 기채하고 떡 축제와 신라문화제 또 일본인을 불러 벚꽃마라톤 대회 등을 갖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임기중 셀수 없을 만큼 친선교류를 명분으로 일본 등을 오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젠 눈을 돌려 내치(內治)에도 힘을 쏟아야 할 때다.
민심이 곧 천심이라는 말도 이 때문에 나온게 아닐까. 쌀 파동에다 보리재고, 국민연금에다 건강보험료 등으로 서민들의 허리는 굽힐데가 없도록 휘어져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내년 봄, 예전처럼 잘 팔리지도 않을 산나물과 도라지, 채소 등을 이고지고 재래시장 앞 길거리에 앉아 있을 시골 아낙네들의 어둡고 젖은 눈빛이 벌써부터 눈앞을 가린다.
이번 겨울이 유난히 어둡고 춥게만 느껴지는 것은 필자 한사람 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