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고을에 성품이 강직하고 바른 말을 잘하는 선비가 있었는데 윗사람의 미움을 산 것이 원인이 되어 억울한 누명을 쓰고 귀양을 가게 되었습니다. 귀양살이를 간 곳은 인가도 없는 산중이라 선비는 산이나 들로 나가 먹을 것을 구해다 먹어야 했습니다.
어느날 선비가 산에 올라보니 산에 이상한 풀이 있어 캐보니 고구마 같은 뿌리가 앉아 있는지라 껍질을 벗겨 먹곤 했습니다. 좀 쓴듯 하면서도 알키한 이 뿌리가 구미에 맞지는 않았지만 적소에서 주는 밥으로는 주린 창자를 채울 수가 없어 때때로 그것을 캐다 먹으며 기갈을 면했습니다.
그가 지루한 귀양살이를 하는 동안 세상이 뒤바뀌어 그 선비는 누명을 벗고 귀양살이에서 풀려 돌아오게 되었는데, 그는 먹다 남은 그 풀뿌리를 챙겨가지고 왔습니다.
고향에 돌아오니 전에 벼슬을 같이 하던 친구며 이웃사람들이 몰려와 위로도 해주고 술자리도 같이 하게 되었는데, 한참 술을 마시는데 앞에 앉았던 친구가 선비를 보면서 우리는 모두 머리가 반백이 넘었는데 적소에서 고생을 한 자네는 어찌하여 머리가 하나도 희지를 않았는가 물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좌중을 둘러보니 정말 모든 친구들이 머리가 희었는데 그 선비만 머리가 검었습니다. 그에 친구들이 “하수오(何首烏)냐?(어찌하여 머리가 까마귀처럼 되었느냐)” 하는 지라 그 선비는 “그 연유는 나도 알 길이 없지만 하도 시장하여 이것을 캐먹으며 연명을 했다네” 하고 귀양살이에서 가져온 그 풀뿌리를 내놓았습니다.
예로부터 한방에서는 하수오(何首烏)가 머리가 희지 않는 약으로 널리 애용되어 왔으며, 요즘에는 탈모(脫毛)치료에도 많은 효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