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이 본 소림사와 불국사의 차이점
최근에 세계문화유산 불국사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넓은 깨끗한 주차공간을 마련하고 관광객들이 일본의 전통사찰처럼 절로 들어가고 나올 때 양쪽 길가에 있는 토속상품이나 전통음식을 사먹어 주기를 바라면서 상가활성화라는 일석이조를 바라면서 1996년도에 경주시가 도시계획시설 결정을 하고 민자유치사업을 추진해 10년 만에 완성된 불국사 신설노외 주자장이 보기에는 말끔한 현대식으로 완성되었지만, 안타깝게도 상가업주와 주차장 사업자,
그리고 경주시청 간에 불국사를 찾는 관광객들의 주차장과 사찰입구 간에 어떻게 이동하느냐의 방법론을 두고 갈등이 생겨 쉽게 풀릴 것 같지 않아 자칫 경주 관광의 이미지 손상이 우려되기도 한다.
경주대학교 문화재학과의 실크로드 답사팀 일행이 되어 작년에는 중국 신강성 타클라마칸 사막을 횡단하는 대장정의 보람을 체험했고 이번 여름엔 중국 산서성을 남북으로 일주하고 또 하남성 낙양의 용문석굴과 정주의 하남성 박물관 등 정말 짧은 일정에도 불구하고 주옥같은 중국역사기행을 했다.
이번 답사를 통해 간 한곳 한곳이 모두 쉽게 잊기 어려운 추억과 좋은 공부였지만, 내가 사랑하는 경주의 간판 관광지요, 문화유적인 불국사의 신설주차장 갈등문제와 관련하여 다시 떠오르는 곳은 소림사이다.
소림사하면 일반인들의 뇌리 속에 가장 먼저 떠 오르는 것은 달마대사와 영화 소림사의 주인공 이연걸일 것이다. 소림사는 하남성 등봉현의 북서쪽 소실산 북쪽 기슭에 북위 시대인 495년에 효문제 때 인도승 발타선사가 창건했고, 527년에 인도승 보제달마(菩提達磨)가 와서 선종을 시작한 절이다.
당 태종 이세민의 전국통일에 조력한 점 때문에 당 조정의 비호를 받아 발전해 “천하제일의 명찰” 칭호를 얻었다. 소림사에는 좌선을 위한 심신단련을 기본으로 한 권법이 있어 후에 “소림파” 무술의 일파가 되었다는 등의 내용은 이미 일반 상식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21세기 인류의 평범한 관광객이 바라본 측면에서 바라보는 소림사와 불국사는 너무나 다르지 않나 싶다. 사찰의 역사성이나 불교사의 전통성이나 종파문제는 제쳐두고, 순수한 관광객에게 주는 소림사의 현대적 변화와 충격은 너무나 크다. 우선 상업성이다. 중국 사람들이 돈 버는 데는 귀신이라지만 정말 대단하다.
소림사 탑림 입구에 가면 한문으로 관광객의 이름 석자만 적어주면 즉석에서 이 이름 석자를 시작으로 하는 한시를 즉석에서 짓고 멋있는 그림을 곁들여서 코팅해 주고 하는데 관광객들이 줄을 잇는다.
그리고 소림사 주변에는 많은 무술학교가 있고 수 만 명의 학생들이 배우고 또 그 과정으로 관광객들에게 무술시범을 보여주고 관람료를 받는다.
이미 소림사는 1986년도에 서화연구원과 무술승려단을 창단하였고 1988년부터 무술시범 대외공연을 시작하였다. 1998년 소림사실업발전유한공사를 설립하여 29개분야 100여개의 상표 등록을 마쳤다. 그리고 1990년에 세계 50개국에 소림무술학교를 세워 등록된 수만해도 30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로 인한 매년 수입만도 186억으로 추정 된다고 한다. 그리고 2005년부터는 인터넷 소림약국을 개설하고, 무림서적 판매 사이트도 개설하고, 2008년에는 소림권법을 다룬 영화제작을 마칠 예정이란다.
우리 경주 불국사에 주차장 이전 계획을 할 1996년도에 중국 소림사는 이미 인터넷 홈페이지를 구축하였고, 스님들이 대부분 인터넷을 잘 다루고, 각 신도들에게도 인터넷으로 그리고 휴대폰 메시지로 방장스님의 법어를 보내기도 한다는 소식에 놀랄 뿐이다.
소림사의 스융신(釋永信) 방장스님은 어느 인터뷰에서 소림사의 친인터넷 환경을 “이곳은 세인들이 소림의 역사와 현재를 이해하는 공간이다. 서양 사람들은 중국 문화를 각별히 좋아한다.
그런 수요를 충족시켜주기 위해서라도 현대화된 장비는 필수적이다”라고 하면서 방장 스님 자신도 첨단 장비 즉 인터넷 전용선은 물론 노트북 컴퓨터, 디지털 카메라, 최신형 휴대전화 등을 갖추고 있다니 벌린 입이 다물어 지지가 않는다.
소림사는 일반 승려들은 틈만 나면 경내 인터넷 센타에 들러 인터넷에 접속하기에 구중심처(九重深處)에서 살지만 세상 일에 어둡지 않다고 한다. 사실 소림사 스님들은 불경만 읽지 않는다. 영어·수학·역사·지리를 두루 공부한다.
외국에 연수 중인 승려도 많고 또 하나 특이한 것은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책임자가 모두 무술에 능한 무승(武僧)이라는 점이 우리를 한번 더 놀라게 한다. 세계적인 역사문화 전통사찰 소림사의 홈페이지가 자칫 컴퓨터 프로그램 해커의 공격이 있으면 정통 소림 무술로 격퇴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1998년에 개봉되어 전세계 영화인의 선풍적인 ‘이연걸 신드롬’을 탄생시킨 영화 소림사가 우연히 탄생한 것이 결코 아니다.
중국 최고의 무협 소설가 진융(金庸)의 소설에 등장하는 ‘혼탕(還魂湯-죽은 사람도 살려낸다는 약)’이 의약품으로 나올 전망이란다.
소설 속의 상처치료 명약 `금강대력환(金剛大力丸)`을 중국 무술의 본산인 소림사(少林寺)가 700년간 전해 내려온 비방(秘方)으로 약을 만들어 팔 계획이란다. 이미 개설된 소림약국 사이트를 통해 전 세계의 돈을 끌어 모을 계획이란다.
소림사에 비해 결코 역사성 문화성 종교성의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 아니 더 자랑스런 우리 경주 불국사가 신설주차장의 관광객 이동방법 문제로 시끄러운 사이에 소림사는 전세계로 뻗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는 명심하여야 한다.
아무래도 이런 어리석은 중생들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주차장 사업자와 경주시청 책임자와 상가대표 공히 불국사의 주지스님을 모시고 불국사 관음전의 천수관음보살님에게 불공을 드려보는 것도 한 가지 방안이 아닌가 싶다.
평범한 관광객의 입장에서 본 소림사와 불국사는 뭔가 다르다. 옳고 그름의 문제는 제쳐두고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본받을 만한 것인지 모두가 명상에 빠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