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폐장을 유치한 지 1년이 지났다.   지난해 11월 경주는 방폐장을 유치하면 엄청나게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89.5%라는 높은 찬성률로 유치경쟁을 벌였던 군산, 영덕, 포항을 뒤로하고 방폐장 유치를 확정지었다.   한수원 본사 이전과 양성자가속기 설치, 특별지원금 3천억원, 유치지역지원요청사업 우선지원 등 각종 인센티브가 보장된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의 유치를 두고 찬성측과 반대측 사이에 심각한 갈등이 겪으면서도 불황과 침체의 늪에 빠진 경주를 건져낼 수 있다는 희망으로 대다수의 시민들이 찬성에 표를 던졌던 것이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어떤가? 양성자가속기 설치지역을 두고 지난 3월 한바탕 지역주민들 간에 갈등이 있었고, 이후 지금까지 한수원 본사 이전 부지를 두고 주민 간에 갈등만 커지고 있다.   방폐장이 들어서는 감포, 양남, 양북 3개 지역 주민들은 “방폐장 유치활동 과정에서 백상승 시장과 국책사업유치추진단이 ‘방폐장이 유치될 수 있도록 찬성을 해 준다면 방폐장이 들어서는 지역에 한수원 본사가 들어 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방폐장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방폐장 인근에 한수원 본사가 와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심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경주도심위기대책범시민연대도 “경주의 백년대계와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한수원 본사의 올바른 입지선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양측은 이번 주에 대규모 집회를 열어 서로의 주장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경주시민들 사이에 이 같은 갈등이 커지고 있는 것은 먼저 그 중심에 한수원과 경주시의 어정쩡한 태도에 있다고 본다.   한수원이 지난 1년 동안 본사 이전을 위해 한 것이라곤 “노조에서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 “현재 여러 부지를 선정해 검토 중에 있다” 는 등의 모호한 태도로 일관한 일 밖에 없다.   경주시도 그동안 계속되어 온 방폐장 주변지역 주민들의 주장에 대해 “한수원 본사는 양북면에 가야 한다는 것은 맞지만 한수원 노조 측에서 이를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등 원론적인 입장만 밝히고 있다.   그러는 사이에 주민들 간에 갈등은 깊어만 갔고, 이제 회복하기 힘들만큼 그 곬이 깊어졌다. 이제 한수원 본사가 어디로 결정되든지 간에 그 이후에 엄청난 저항에 부딪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자초한 느낌마져 든다.   이미 때 늦은 감은 있지만 더 늦기 전에 한수원과 경주시는 본사부지 결정문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이 문제를 공론화하여 시민들의 동의를 구해야한다. 그리고 부지결정 이후에 발생할 문제에 대해서도 면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은 경주의 장기적인 발전을 근간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한수원은 경주이전에 따른 모든 카드를, 경주시는 경주의 균형발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정책을 모두 내어놓고 머리를 맞대어 경주시민들과 논의해야 할 것이다.   경주시민들이 희망과 화합된 마음으로 유치한 방폐장유치가 주민간의 갈등이 아니라 화합과 발전의 계기가 되도록 하는 일에 경주시와 한수원이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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