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 책갈피-이 수 민(불국사초 6)     작년 여름 방학,독후감을 쓰기 위해 책을 펼쳤는데, 오래된 듯한 나뭇잎들을 발견했다. 이 나뭇잎에 대한 내 추억 한 가지를 소개하려고 한다.   지금부터 5년 전, 내가 1학년 때 나에게는 둘도 없는 친구 아영이가 있었다. 그 날도 어김없이 책가방은 현관에 던져두고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고 있었다. 그러다 아영이의 집에서 책을 펼치게 되었는데 벚꽃 가지가 아주 예쁘게 말라 있었다.   아영이와 나는 그 가지에 홀딱 반해 버렸다. 내 나뭇잎에 대한 추억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우리는 가지를 본 후 ‘우리도 꼭 저런 책갈피를 만들어보자’생각하고 온 동네를 헤집고 다니기 시작했다. 어렸기 때문일까? 지금 책갈피를 만들라 하면 쳐다도 보지 않을 고춧잎이니 온갖 잎을 따 모으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 동네 저 동네를 다니며 석류나무도 보고, 감나무도 보고 그저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식물들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또 동네의 아는 분들께 과일도 얻어먹고 놀다보니 어느새 시간은 1시간 30분정도가 휙 지나가 버렸다.그렇게 집으로 돌아올 때 아영이와 나의 손에는 들꽃과 나뭇잎들이 한 아름 가득했다.   그땐 책 사이에 나뭇잎들을 켜켜이 끼우고선 매일매일 ‘오늘이면 그 벚꽃처럼 되어 있을까?’하며 기대감에 부풀어 책을 뒤져보곤 했었다. 그렇지만 이곳 경주로 이사 오고, 그 날의 즐거웠던 추억은 내 기억 속에 잠들어 버렸다. 그 후 내가 다시 나뭇잎을 펼쳤을 때, 그 기분은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다.   우리의 나뭇잎 책갈피는 세상 그 어떤 책갈피보다 빛나는 듯 했다.나는 나뭇잎 책갈피를 다시 책 속에 끼워 책장에 꽂았다. 또 다시 이 추억이 내 기억 깊은 곳에 묻혔을 때, 책장 속의 내 추억을 다시 우연히 찾았을 때 내 나뭇잎은 더욱 아름답게 내 눈에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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