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청 윤경렬 선생기념비 하늘도 내 교실 땅도 내 교실을 세우며
비(碑)와 탑을 세우는 일은 능력(부와 권력)이 있으면 누구나 가능하다.
그러나 누가 누구를 위해 세우느냐에 따라 칭찬과 사랑을 받기도 하고 욕을 먹고 빈축을 싸기도 한다.
며칠 전 국립경주박물관 동편 좁은 길섶에서 고청(古靑)기념사업회가 마련한 선생님 기념비 제막식에 참석한 축하객들을 보고 선성님이 떠나신지 꽤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선생님을 기리는 애정이 대단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사업회는 선생님의 가르침에 누가 될까봐 소박한 준비를 한다고 안내장도 20여 곳에만 보냈는데 많은 화환과 문화예술을 사랑하시는 큰 어른들이 곳곳에서 엄청나게 오셔서 주최 측을 놀라게 했기 때문이다.
1999년 11월 그믐날 값진 자취를 남기시고 선생님이 떠난 후 1년이 지나 추모제사에 참석한 제자들이 선생님을 기리는 사업회를 만들고 몇 가지 뜻있는 일을 하기로 결의하고 고청기념회를 발족했다.
취지문에 이렇게 밝혔다. “스승의 자취는 제자들의 모습으로 남는다. 진실로 스승을 사랑함은 그 스승의 가르침을 존중함이요 스승의 가르침을 존중함은 그 가르침에 맞도록 행동하고 실천하는 일이다.
스승은 학자는 아니였으나 제자들에게 가르침을 주셨고 어버이는 아니셨지만 따뜻한 손과 너그러운 가슴으로 사랑과 눈물을 주셨다. 우리 경주는 아름답고 뿌리 깊은 문화와 예술이 있었지만 바르게 공부하고 알리는 이 없어 값진 문화유산이 있어도 있는 줄 모르고 지킬 줄도 몰랐다.
이에 안타까움을 참을 길 없어 전례 없는 경주어린이박물관학교를 설립하시어 45년 동안 헌신적인 봉사와 사랑으로 5천여 문화재 지킴이를 길러내어 국내외 곳곳에서 역사, 문화, 예술 활동으로 나라와 향토를 빛내고 있다.
무관심속에 방치된 경주남산을 수백차례 답사하여 책을 만들고 강의하여 세계제일의 불국토임을 알리시어 오늘날 세계문화유산으로 결정되는데도 크게 기여하셨다. 더욱이 신라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한 시민교양강좌인 ‘문화재해설의 밤’을 수없이 열고 신라문화동인회 등 많은 문화단체를 창립하고 이끌어 경주문화의 위대함을 바르게 알리고 보호하는데 많은 업적을 남기셨다”고 밝히고 선생님을 기리고 향토문화를 더욱 발전 향상시키는데 일익이 되고자 몇 가지 사업을 결정했다.
먼저 할 일은 선생님 은혜에 보답하고 덕을 입은 많은 이들이 우러러 볼 수 있는 증표로 기념비를 건립하고 선생님의 혼이 깃던 많은 강의와 발간된 책을 모아 고청문집과 전집을 간행하고 고청상을 제정하여 시상함으로써 문화발전에 기여한 고마운 이를 찾아 칭찬하고 원대한 뜻이 성사되면 고청기념관을 건립하여 운영하며 길이길이 고청정신을 살려가기로 결의했다. 지원 사업으로 박물관학교와 동인회를 돕고 경주남산 보호에 적극참여 하기로 마음을 모았다.
이번 행사는 선생님이 창립하여 온갖 사랑과 열정을 바쳐 신라문화를 지키고 가꾼 신라문화동인회 창립 50주년 행사를 맞아 사업회 첫 약속인 기념비를 제작한 것이다.
선생님의 고마운 업적을 칭찬하는 경주시와 박물관의 도움으로 비가 세워진 장소는 선생님이 그토록 사랑했던 남산 해목령이 바라보이고 사시던 양지마을이 가슴에 와 닿고 하얀 고무신에 두루마기 펄럭이면서 열정으로 다니시던 길가이며 더욱이 따뜻한 가슴으로 생명불어 넣어 가르치셨던 어린이들이 재잘대며 드나드는 박물관학교가 오른팔을 길게 뻗으면 닿을 곳에 있으니 이는 선생님의 복이며 모두의 기쁨이라 하겠다.
비 구조와 주물은 아드님과 손자님이 하고 비문은 경주박물관 초대관장이며 박물관학교를 함께 문을 연 진홍섭님의 값진 글이고 이를 명필 정덕봉님이 쓰시고 제자인 윤만걸님이 다듬고 세웠다.
고청선생님 기념비 ‘하늘도 내 교실 땅도 내 교실’은 세운이나 보는 이 모두가 선생님의 가르침을 되새기고 일깨워 옛 문화를 아끼고 사랑하여 새 문화를 창조하는데 그 다짐의 장이 되리라 믿는다.
충담스님을 아십니까? 해마다 3월3일과 9월9일이면 저길 건너 남산 삼화령 미륵세존에게 차 공양하던 충담스님이 계셨습니다. 그가 지나던 길에 남은 깊이 팬 발자취가 보이십니까? 바람 따라 스쳐가는 그가 다린 차 향기를 혹시 느끼십니까? 지금도 짓고 있는 그 미륵세존의 미소가 무엇을 뜻하는지 아십니까? 그 발자취를 보고 그 향기를 느끼면서 그 미소를 따라 그 길을 걸었던 이가 여기 있습니다. <진홍섭>
■특별기고-김윤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