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토지쟁이란 말은 개와 토끼의 다툼이란 뜻으로 쓸데없는 다툼의 비유를 말하기도 한다.   전국시대, 제(齊)나라 선왕에게 중용된 순우곤이란 학자는 원래 해학과 변론의 재능이 뛰어난 설객(說客-교묘하고 능란한 말솜씨로 각처를 유세하고 다니는 사람)이었다. 제나라 왕이 위나라를 정벌하려고 하자 순우곤은 이렇게 진언하였다.   “한번은 한자로(漢子盧)라는 매우 발 빠르고 사나운 명견(名犬)이 동곽준(東郭逡)이라는 아주 재빠른 토끼를 뒤쫓았습니다. 그들은 서로 다투어 수십 리에 이르는 산기슭을 세 바퀴나 돌고 또 가파른 산꼭대기까지 다섯 번이나 올라갔다 내려오는 바람에 사나운 개도 발빠른 토끼도 지쳐 쓰러져 죽고 말았습니다.     이 때, 그 광경을 지켜보던 한 농부는 힘들이지 않고 횡재(田夫之功)를 하였나이다. 지금 제나라와 위나라는 오랫동안 대치하는 바람에 군사도 백성도 지치고 쇠약하여 사기도 떨어지고 희망도 없으며 살 길이 막연합니다.     서쪽의 진나라나 남쪽의 초나라가 이를 기화로 엉뚱하게 덕을 보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하고 그때의 상황을 자세히 말하였다. 이 말을 듣자 제선왕은 위나라는 칠 자신의 계획을 그만두고 병사와 백성들을 쉬게 함으로써 ‘견토지쟁’의 결과를 낳지 않았다. 지금 우리의 현실이 개와 토끼의 싸움에 국가의 전력이 소모되고 있고, 국민은 허기진 모습으로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 도대체 누가 개이고 누가 토끼인가? 우리는 조선시대부터 당파싸움에 시달린 민족인데 지금까지 편가르기 식의 구습에 젖어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개혁정신이 메말라 있다.   나라가 시끄러우면 위정자 모두가 나라 사랑하는 마음으로 해결 방안을 찾지는 않고, 어린애 싸움처럼 그 책임 떠 넘기기에 너무나 급급했다.   옛말에 “집안이 가난하면 효자가 나고 나라가 어지러우면 충신이 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제나라 선왕이 나라 사랑하는 학자 순우곤의 말을 귀담아 듣고, 오로지 부국강병(富國强兵)에 힘을 쏟듯이 지도자들은 국민을 먼저 생각하고 잘 사는 나라가 되도록 힘쓸 때가 아닌가? 세계사에 유일하게 동족이 맞대어 싸울 가능성이 많은 나라인데 우리끼리의 싸움에서 개도 죽고, 토끼도 죽으면 그것을 주어 갈 농부는 과연 누구일까?   잘못된 것은 빨리 고치고 양보하고 서로 용서하고 이해하는 정당이 되었으면 국민들도 안심하며 살 것이고, 모든 것이 남의 탓, 너의 탓이 아니라 내 탓으로 여기며 산다면 얼마든지 잘 사는 나라가 될 것임을 늘 염려하는 지도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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