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문턱에 선 이 가을이 유난히 쓸쓸하게 느껴지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최근 전교조측의 성과급 반납을 둘러싼 항의 농성을 지켜보며 씁쓸한 마음 감출길이 없다. 그러다 도서.벽지 순환근무에 염증을 일으킨 농어촌 교사들이 최근 줄지어 사표를 제출하고 교단을 떠나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올 가을 경북도내 사표를 제출한 초등학교 교사는 모두 2백4명. 이 가운데 52.2%인 1백7명은 이미 지난달 사표를 냈고 이들 대부분은 11월 이전까지 사직해야만 1년후 타 시.도 임용시험에 응시할 수 있기 때문에 너도나도 서둘러 학교를 떠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 이후 왜 갑자기 공무원 성과급제를 들고 나와 우수한(?) 공무원을 골라 느닺없이 성과급이라는 걸 지급하고 있는걸까. 동료간 갈등만 조장하는 이런 성과급을 받지 않겠다는 것이 교사들의 한결같은 마음이다.
왜 이런 제도를 시행하는지 명쾌한 해답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또 최근에는 남아도는 쌀 정책으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올 보리 농사마저 풍년이라는 소식에 걱정이 앞선다.
정부가 밝힌 올 연말 보리재고는 약 22만4천t으로 사상 최대 규모. 올해 보리 생산량은 겉보리. 쌀보리. 맥주보리를 합쳐 38만3천t으로 지난해(22만7천t)보다 69% 늘어난 량이다.
이에앞서 정부는 IMF환란을 이유로 구조조정이라는 걸 밀어붙였고 어짜피 국민 세금에서 충당돼야 할 공적자금을 만들어 엄청난 금액을 기업과 금융권에 퍼부었고 이중 1백30조원 가량이 회수 불가능한 금액으로 추산된다.
이 모두가 다음 정부가 이끌어가야 할 몫으로 모두가 국민 부담이 아닌가. 저절로 한숨만 깊어진다.
최근의 재.보선에서 실패했던 여권은 무엇이 잘못된 정책이었고 민심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다.
이런 정권이 해낸 정책 가운데 하나가 의약분업이다. 결국은 아파도 약도 제대로 사 먹을 수 없는 세상을 만든 정부가 거덜난 의료재정 확충을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있다. 어떻게 하면 보험료를 더 거둘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사회복지 국가를 실현한답시고 빈껍데기 의보재정을 메우기 위해 보험료를 체납한 국민들의 동산, 부동산을 강제로 압류하는 부끄러운 나라가 바로 우리 나라다.
그래서 돈없고(공적자금 한푼 못 챙긴 사업가), 빽없고(K,K,P씨와 연줄 없는 백성), 힘없는(조폭과의 연결고리 조차 없는 선량들) 국민들은 그저 하늘만 쳐다볼 뿐, 한숨만 터져나오는게 아닐까.
올 가을은 이래서 더욱 쓸쓸한 것일까. 내년 이맘때 겨울까지 어떻게 참고 지내야 할지 그냥 답답한 심정이다.
떠나는 농심과 교사들 그리고 민심. 경주의 가을 하늘은 이래서 더욱 공허하게 느껴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