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문화제 기간 중인 지난 14일 오후 1시 경주박물관 동편의 한 양지바른 곳에서는 지역문화를 이끌어왔던 문화계 원로들을 비롯한 문화계 인사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아주 뜻있는 행사가 있었다.
찬란한 신라문화를 남겼던 선조들의 아름다운 자취 서린 천년고도 경주의 역사와 문화유산의 참 가치를 찾아내고 알리는 일에 평생을 몸 바치다 가신 고청 윤경렬선생의 거룩한 정신과 숭고한 뜻을 기리는 기념비가 이곳에 세워지고 그 제막식을 가졌던 것이다.
1916년 함북 주을에서 태어난 고청은 1949년부터 경주에서 활동을 시작하면서 경주어린이박물관학교 개교, 신라문화동인회 창립, 경주지역 문화유적 답사를 비롯한 향토문화 발굴과 교육, 홍보에 헌신적으로 노력해 온 큰 어른이다.
이러한 일련의 활동을 통해 경주남산고적순례, 경주남산, 신라의 전설, 신라의 아름다움, 겨레의 땅 부처님의 땅 등 주옥같은 많은 저술들을 남겼다.
경주어린이박물관학교의 경우 설립한 이래 45년간 한결같이 어린이 지도에 힘써 5천여 명의 후학들을 길러냈다.
이들이 오늘날 국내외 곳곳에서 역사, 문화, 예술활동으로 나라와 향토를 빛내고 있다. 황무지로 버려졌던 경주남산의 가치를 발견한 선생은 수백차례 답사를 통해 40여 골짜기와 등성이 곳곳에 흩어져 있던 문화재를 찾아내고, 알리는 일에 혼신의 힘을 쏟았다.
오늘날 경주남산이 민족의 성산으로 거듭나고,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까지에는 선생의 이러한 노력의 결과라고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닐 것이다.
백발에 흰 두루마기 휘날리며 환한 미소로 다가올 것만 같은 선생은 우리에게 큰 자취를 남긴 채 이미 7년 전에 가셨지만, 선생의 값진 노력과 고귀한 뜻이 오늘 여기 이렇게 다시 살아 난 것이다.
선생의 뜻을 기리고 후학들의 모범을 삼고자 뜻있는 사람들이 2002년부터 고청기념사업회를 만들고 어려운 가운데 노력해온 값진 결실인 것이다. 그들의 노력에 찬사를 보낸다. 기념비 건립이 마지막 신라인으로 우리들의 가슴에 오래토록 살아남을 고청선생의 숭고한 정신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