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지객이란 우리 속담에 사위는 백년손님이요, 며느리는 종신(終身) 식구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사위나 며느리 모두 남의 자식이지만 며느리는 제 집 사람이 되어 스스럼이 없고, 사위는 정분이 두터우면서 언제나 어려운 손님으로 대접하기에 불편한 존재라는 말이다.
우리나라 고대소설 중 가장 유명한 ‘춘향전’을 보면 전개부분 중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온다. 그렁저렁 들어가니 내정(안마당)은 적막한데 춘향 애미 거동 좀 보소. 미음솥에 불을 지피면서 “아이고, 아이고. 모질고도 모지도다! 이 서방이 모지도다. 위경(危境)의 내 딸을 아주 잊어 소식조차 끊어졌네. 아이고, 서럽구나. 향단아, 이리와 불 좀 넣어라” 그러더니 춘향모는 울안의 개울물에 흰머리 감아 빗고 정화수 한 동이를 단 아래 받쳐놓고 축원하기를 “천지신명이시여! 내 딸 춘향이를 금쪽같이 길러내어 외손봉사(外孫奉祀)를 바랬더니, 무죄한 매를 맞고 옥중에 갇혔으니 살릴 길이 없습니다. “내가 벼슬한 것이 선영이 은덕인 줄 알았더니 우리 장모의 덕이로다. 그 안에 누구 있느냐?” / “뉘시오?” / “나요, 이 서방이요.” / “누구라?” / “허허, 장모님. 망령일세. 나를 모르다니요.” / “사위는 백년지객이라 했으니 어찌 나를 모른다 말이요!”
이 대목에서 바로 백년지객이란 말이 나오는데 다른 문헌에도 수없이 보이고 있는 것을 보면 꽤 널리 쓰였던 말인 듯싶다. 사위란 자고로 귀한 존재로 인식돼 왔나 보다. 그래서 ‘사위가 오면 장모가 신을 거꾸로 신고 나간다’라는 속담처럼 사위는 분명 반자식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리고 ‘사위가 무던하면 개 구유를 씻는다’라는 속담도 있는데 무던한 사위와는 스스럼없이 지낼 수 있는 관계가 되기도 한다.
우리 민족의 가족문화가 오랜 전통으로 이어 온 유교적 습성으로 백년지객의 관계가 많다. 꼭 장모사위의 관계뿐 아니라 시아버지와 며느리 사이-시부(媤父)간,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고부(姑婦)간이 있고, 제일 가까우면서도 껄끄러운 사이나 남편의 형님과 제수 사이인 시숙(媤叔)간이다. 그 밖에 제부와 처형사이, 시누이 남편과 처남댁 사이, 자매의 남편끼리 또는 형제의 아내끼리의 호칭인 동서(同壻)사이이고, 시누이와 올케사이 등이 가까우면서도 평생을 두고 서먹서먹한 관계가 될 때가 많다.
또한 사회적으로는 학부모와 스승, 스승과 제자 사이 등이 평생을 두고 손님같이 여겨지는 귀한 인연을 가진 인간관계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