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산책>>선방사터 불상 수인의 비밀   지난 20일 해질 무렵 삼불사 뒤 배리삼존불을 지나 동쪽으로 약 70여미터 대나무 숲을 헤치고 들어가 누워있는 선방골 목없는 불상을 답사하였다. 이 불상은 오른손을 가슴에 얹었는데 자세히 보면 엄지와 소지(새끼손가락)만 펴고 중간의 세 손가락(검지,중지,약지)은 구부린 독특한 수인을 하였기에 늘 의아심을 가졌다.   불상의 수인은 어떤 뜻을 내포하고 있지만 다른 곳에서는 흔히 보지 못하는 독특한 수인이라 갈 때마다 함께 가는 답사자들과 이야기 꽃이 활짝 피곤 한다. 가는 대나무 속을 헤치고 들어가 비탈면에 누워있기에 다섯 명만 넘어도 비좁은 장소이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없는 독특한 수인의 열쇠는 무엇일까? 난 삼불사와 망월사 주변을 갈 때마다 꼭 이 불상을 찾아보곤 한다. 그런데 그날 따라 혼자 갔기에 시간이 남아 발길을 삼릉을 지나 냉골로 돌렸다.   돌을 바닥에 새롭게 깔아 정비된 계곡길을 걷다가 삼릉계 석조여래좌상의 좌측에 올려다 보이는 삼릉계곡 마애관음보살상을 올려다 보았다. 저녘 무렵이라 아무도 없이 혼자서 입술에 붉은 연지를 바른 관음보살상을 마음껏 감상할 수가 있었는데, 갑자기 관음보살상의 얼굴을 가까이서 보고 싶어 바위를 타고 올라가 풍만한 얼굴을 정말 가까이서 이모저모 훑어 보았다. 안내간판에 설명된 내용대로 발밑에는 연꽃 대좌가 새겨져 있었다.   그런데 상선암길을 수 십번 아니 수 백번 다니면서 이 마애관음보살상을 보아도 그냥 저만치서 바라보기만 하였고 또 안내 간판을 보아도 대충 읽고 지나쳤는데, 그 날따라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안내간판의 마지막 구절 ‘왼손은 정병(보병)을 들고, 오른손은 가슴에 들어올려 손가락을 꼬부려 밖으로 향하고 있다’을 유심히 읽었다. ‘오른손을 가슴에 들어올려 손가락을 꼬부려 밖으로 향하고 있다’란 글귀는 어느 문화재 불상 간판에서도 보기 힘든 글귀이다. 삼릉계 마애관음보살상을 정말 가까이서 바라보던 내가 관음보살상의 오른손 부근을 자세히 보다가 갑자기 놀라서 높은 바위에서 떨어질 뻔 했다.   내가 잘못 보았나 싶어 눈을 다시 비비고 쳐다보아도 희미하게 보이는 오른손의 윤곽을 다시 더듬어 보았는데, 불과 1시간 전에 삼불사 뒤 배리삼존불 동쪽 70여미터 선방사터 부근에 누위있는 그 목없는 부처와 수인이 같은 것이 아닌가!   마애관음보살상의 왼손엔 정병을 들었고 오른손으로는 가슴에 가지런히 옷자락을 쥐든가 그 무엇인가를 살포시 쥐면서 엄지와 소지만 펴고 중간에 검지, 중지, 약지는 구부린 형태였다. 그랬구나! 선방사터 누위서 방치된 목없는 불상은 많은 신체부근이 떨어져 나가 자세한 형체를 알 수가 없었는데, 삼릉계 마애관음보살상의 오른손 수인이 너무나 닮았고, 또 왼손은 떨어져 나갔지만 편 자세는 분명하여 어쩌면 정병을 들고 있었던 것으로도 추정하여 관음보살상이 아니었나 하고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펴 보았다.   원래는 선각육존불을 지나 상선암까지 오를 계획이었으나 빠른 걸음으로 다시 계곡을 내려와 삼불사쪽으로 달렸다. 배리삼존불 옆 길을 따라 올라가 다시 대나무를 헤치고 찾아가 누워계신 목없는 불상을 친견하였다. 그렇다. 이 불상을 누운 상태로 바라보면 이상한 수인의 모습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지만 세운 상태로 상상을 해보면 삼릉계 마애관음보살상의 오른손 모습과 똑 같고 또 왼 손 또한 펼쳤기에 꼭 정병을 들고 있는 자세처럼 보인다. 배리삼존불 동편 대나무 숲 속에 누워있는 목없는 불상의 엄지와 소지만 펴고 나머진 구부린 독특한 오른손 수인의 비밀을 삼름계 관음보살상에서 발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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