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질서와 함께하는(?)... 음악한마당’
이번 경주예총 종합예술제의 일환으로 열린 음악회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과연 이 행사가 33년의 전통을 가진 경주시를 대표하는 예술단체가 지역예술문화단체의 활성화를 기하고 향토문화예술의 진흥을 모색하고자 주최하고, 경주시가 시민의 혈세 3천만원을 지원한 행사인가 의구심이 갈 정도로 엉망이었다.
‘가족과 함께하는... 음악한마당’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모 중학교에서 동원된 학생들로 관중석의 반 이상이 메워져 있는 공연장은 첫 순서인 바이올린 독주가 시작되기 직전까지 소란스럽기 그지없었다.
연주가 진행되는 중에도 옆사람과 소곤거리는 학생, 돌아다니는 학생, 문소리를 쾅쾅 내며 들락거리는 학생, 카메라 플래쉬를 터트리는 학생 등 연주회 분위기는 도무지 정리되지 않았다. 그나마 연주회가 반쯤 진행됐을 무렵 기자 주위(2층)에 앉아있던 아이들은 거의 다 공연장을 빠져나가고 없었다. 인내심에 한계를 느끼며 마지막 순서인 피아노 선율에 귀기울이고 있는데, 약간 덥다 싶을 정도의 실내온도에 누군가 요청을 했는지 갑자기 가동되기 시작한 에어컨 소리가 피아노 소리를 제압해 버림으로써 ‘무질서와 함께하는(?)... 음악한마당’의 코다(coda)를 장식했다.
물론 클래식 음악회도 요즘은 관중이 조용하기만을 강요하지 않고 연주자가 관중과 같이 호흡하며 관중의 환호와 박수를 끌어낼 수는 있지만 이렇게 철저하게 관중이 음악과 완전히 동떨어져서 무질서한 음악회는 난생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