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삼릉곡을 오르다-박대영
깨진 바윗돌에도 경배해야 하는 곳
풀꽃조차 불향을 풍겨
손 묶인 이들만 눈앞이 캄캄해지는 환한 삼릉곡
거기는
정신을 차려도 시방세계가 아니더라
넘어지면 주르륵 구슬이 쏟아질 것 같은
짤랑 짤랑
이 몸도 사리 주머니
어린 다람쥐조차 禪을 줍고 있었다
경주남산 삼릉곡 어디쯤
꿈이었던가
나지막한 이승 문지방이 채이더라
살짝 걸려 기웃하니 거기는 부처님 계신 곳
가장 자신 있는 맘을 꺼내도 부끄러워
연고 없는
시방세계가 그렇게 그리울 때 있더라
시작노트>>경주의 유적지를 제대로 한번 둘러봤으면 하고 늘 생각만 앞에 두었다가
며칠 전 삼릉곡을 들렀다.
성지에 들듯 경건한 매무새로 든 초입부터 머리털이 섰다.
많이 담아 오려 비우고 갔건만 어느 풍경 하나 들어오지 않고 멍하게 걷다가 빈 보자기 둘둘 말아 들고 도망치듯 내려온 기억만 가물하다.
불교도는 아니지만 자비가 느껴지고 목탁소리가 정겨워 자꾸 부처님이 좋아지는 곳. 목 없는 불상에 깜짝 놀란 발자국, 가당찮게 얕은 언어로 무얼 말할 수 있을까.
몇번이나 올랐지만 감히 그때 그곳의 엄숙함을 한번 쯤 기록해두고 싶었나 보다.
약력>>
‘시문학’등단
한국현대시인협회 회원
한국시문학문인회 회원
문협경주지부 회원
시와수필 회원
육부촌 회원
시집 ‘봄을찾아남으로달리지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