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면 괜스리 가슴 한곳이 허전하고 쓸쓸해지는 것은 누군가 곁에 있어 아름답고 내편이 되어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여름 문턱을 넘어 가을이 오면 갑자기 서늘해짐을 느끼면서 반사적으로 다가오는 현상 가운데 하나가 허전함이다. 반면 낙엽이 곱게 물들고 뒤이어 발밑에 뒹구는 허무함이 또다른 외로움과 삶을 되돌아 보게 하는 어떤 충동을 느끼게 하곤 한다.
인간은 누구나 이런 숨길 수 없는 정서를 갖고 살아 가고 있다.
보문단지 호숫가에 떨어져 뒹구는 낙엽과 토함산을 가로질러 오른쪽 정산 들판에 널려 바람에 나부끼는 억새풀을 보면서 마치 동화의 나라에 온 듯 착각에 빠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곳은 그야말로 아름다운 영화의 한 장면마저 연상시키는 곳이다. 그래서 해마다 이때쯤이면 각지에서 연인들과 가족이 이곳을 즐겨찾고 먼 동해바다 수평선을 지그시 바라보곤 하는 것일까.
도심지에서 30분 거리에 이처럼 아름다운 경관이 있는 곳은 전국 어디에서고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경주만이 갖고 있는 자랑이라 해도 좋다.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토함산 자연휴양림을 지나 동해가 나오고 그곳에서 겨울을 맞아 들이는 바다와 흰 거품을 거칠게 내뿜고 있는 파도를 볼 수 있다.
청색 물결이 점차 초록색으로 변하고 서산에 늬엿늬엿 넘어가는 석양빛은 가을이어서 더욱 좋다. 토함산에서 내려다 보는 산은 온갖 채색의 옷을 입고 있는데다 하늘빛을 따라 변하는 나뭇잎으로 인해 마냥 거대한 정원으로 착각된다.
건천에서 산내로 향하는 길 송선 저수지 오른쪽의 한 조그만 카페. 저녁 무렵 이곳에서는 단풍으로 곱게 물든 산자락이 살포시 물위에 내려 앉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잇다. 따스한 차 한잔을 놓고 마주보며 함께 이 가을을 음미하는 것도 좋으리라.
경주의 가을은 이래서 더욱 좋다. 각지의 외래객이 이 때문에 경주를 찾고 있고 우린 그래서 이 땅이 늘 자랑스럽다.
오늘따라 유난히 가슴 설레는 까닭은 내 발밑에 떨어져 울고 있는 한잎 낙엽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