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장민옥(경주경실련 역사문화 기행회)
문화 기행이란 그저 듣기만 해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때론 버거웠던 삶이 풍요롭게 바뀔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일요일인 지난 14일. 새벽 일찍 경실련 사무실 앞으로 나갔다.
아침 6시 30분쯤 이미 도착한 몇몇 사람들은 벌써부터 마음이 들떠있었다.
준비한 김밥 등을 금아 관광 버스에 싣고 경주를 출발한 시간은 오전7시. 경주 경실련 임원들이 고도보존법 제정 추진 상황 등 경주의 현안을 설명하는 순간 일부는 흔들리는 버스 속에서 쉽게 잠에 빠졌다.
전북 전주시 완주군에 위치한 모악산(母岳山)에 도착한 것은 오전11시 40분, 일행은 천천히 고려 때 전주 김씨 문장공 김태서의 묘로 향하기 시작했다.
이 묘가 유명해진 것은 풍수학자 손석우씨가 일찍이 이 터를 둘러본뒤 `제왕 터`라고 했기 때문이다. 북한의 김일성이 김태서의 32대 손이다.
이날 기행은 1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한 직업과 연령층의 경실련 회원 34명이 참가했다.
생각외로 정감이 흐르고 가족과 같은 따뜻한 분위기였다. 몇몇 사람들은 김태서의 묘를 두고 풍수지리설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고, 우리 일행은 그 곳에서 평소 생각지도 못했던 많은 것들을 배울 수가 있었다.
예로부터 `엄뫼와 큰 뫼` 등으로 불려져온 이 산은 정상 아래에 자리잡고 있는 쉰 길 바위가 아기를 안고 있는 어머니의 형상과 같다고 해서 모악산이라고 이름 지어졌다. 산모양도 역시 어머니의 아늑한 품속과 같고 계곡과 산세가 역시 여성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로 1시간 10여분을 달린 뒤 다음 목적지인 마이산에 도착했다.
곡창지대로 유명한 전북인 만큼 차창밖에는 누렇게 잘 익은 벼들과 흔들리는 억새의 물결이 보였고, 산과 마을, 가을의 청명함 등 모든것이 경상도와 같았다. 그런데 왜 그렇게 지역정서가 다를까 순간 숙연해 지기도 했다.
해발 400m~500m의 고원지대에 말 귀 모양 뾰족하게 솟아 있는 마이 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특이한 산 가운데 하나다.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독특한 자연석으로 축조한 전북기념물 제35호 마이산 사탑, 처음에는 120여기가 있었으나 지금은 80여기만 남아있는 이 사탑은 이갑룡 처사가 이곳에서 하나하나 돌을 주워와 쌓았다고 한다.
폭풍이 몰아쳐도 흔들리기만 할 뿐 무너지지 않는 신비로운 탑이다.
해발 687m인 마이산은 숫 마이산(천산.天山)과 암 마이산(지산.地山)으로 구분된다.
우리는 마이산의 음(남), 양(여)수 우물에서 물을 한 모금씩 마셨다. 마이산에서 탑사로 오르내리는 계단은 주위가 더 없이 아름다워 사랑하는 사람과 한없이 걷고 싶은 충동마저 느끼게 했다.
마이산 남부 호숫가에서 바라본 산은 마치 하늘에서 천녀가 내려와 님을 곁에 두고 자식을 품은 듯 자애롭고, 다른 한편으론 슬픔을 머금은 듯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호숫가에 이리저리 날리는 낙엽 때문이었을까
<경주 경실련 문화 기행회는 매월 셋째주 일요일 인근 지역 문화 답사와 매년 봄, 가을 한차례씩 다른 문화권으로 테마기행을 하고 있다. 비회원도 참가할 수 있으며 연락은 (054)773-7851~2로 하면된다.>
<사진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