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철도 경주경유 다시 아리송
정부안으로 이미 최종 확정되었던 경부고속철도 경주노선이 김대중정부가 들어서면서 예산부족을 이유로 2004년까지 유보했었다.
그러면서 호남고속철을 슬그머니 추진해 예산부족이라는 논리의 허구성과 김대중정부의 전라도 챙기기의 속셈을 드러냈다.
그 후 매년 예산안에서 경주노선에 대한 예산을 배제해 현 정부가 경주노선을 건설하려는 의지가 없음이 확인되었다. 지역의원의 노력으로 간신히 지난해 부지 매입비 200억을 확보한 게 고작이었다.
최근 기획예산처가 발표한 철도망 사업계획에 따르면 3조원에 가까운 철도관련 예산을 투자해 전라선과 경부선에 대한 복선화 공사를 새롭게 추진하면서 기존에 계획된 경주노선에 대한 예산은 또 배제했으며 철도망계획안에서 조차 빠져있다.
이 계획대로라면 경부고속철도 노선에서 경주경유노선은 배제하겠다는 의도가 표면화된 셈으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고속철도를 경부선 뿐 아니라 호남선까지 건설해 균형발전을 꽤하는 데에는 의의가 없다.
그러나 예산부족을 이유로 대구-부산간(경주노선)을 2004년까지 유보했으면서 수조원을 들여 호남고속철도 건설을 새롭게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대부분의 예산을 호남에 편중해 투자해온 정부의 편향된 정책은 문제가 많다.
또한 대구-부산 구간에 대한 우선 복선화 후 고속철도건설에 대한 경제성과 효율성을 검토하지 않은 채 정부가 일방적으로 기존계획을 무시하고 대구-삼랑진-부산의 기존노선을 복선화 하겠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경주노선은 문화재발굴에 따른 시간소요가 많은 지역적 특성 때문에 조기착공으로 전체 고속철도 완공시기를 맞추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주노선에 대한 예산을 배제한다는 것은 정부가 경주노선을 건설하려는 의지가 부족한 것으로 밖에 달리 이해하기 힘들다.
경주노선은 경주, 울산, 포항 등 약 3백만명이 밀집한 인구 밀집지역이고 산업요충지이다. 또한 경주는 세계적인 역사, 문화유적이 산재한 한국관광의 얼굴이다.
따라서 정부가 경주노선을 배제한다면 엄청난 저항과 국가적 손실을 초래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지금이라도 기획예산처의 이 같은 발표에 대한 진위 여부를 확인한 뒤 강력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의 관광문화산업은 그야말로 아이디어 전쟁이다. 역사자원과 수려한 자연경관, 관광시설 등 하드웨어적인 측면도 중요하지만 이를 상품으로 개발하고 부가가치를 높이는 아이디어 즉 소프트웨어가 더 중요하다.
지난 10일 막을 내린 제29회 신라문화제를 보면서 우리는 좋은 하드웨어를 갖고 있다는 자만심에 젖어 그 동안 소프트웨어 개발에 너무나 소홀했다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천년 전통의 찬란했던 신라문화라는 소재의 다양성, 40여년의 긴 역사를 갖고 있는 신라문화제의 역사성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축제였던 신라문화제가 시대변화에 부응해 발전하지 못하고 갈수록 쇠락해 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매번 별 변화 없이 반복된 행사내용은 관람객을 식상하게 만들었고 학생, 시민들을 강제동원해 참가자들조차 피해의식에 젖어있다.
따라서 신라문화제는 최근 만연하고 있는 각 지방자치단체의 축제 홍수 속에 묻혀 버리고 이제는 경주시민들 조차 등을 돌리는 축제(?)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사실은 참으로 안타깝다.
혹여 독보적인 문화 행사였던, 가만히 있어도 관광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뤘던 시절로 착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우려된다.
노천박물관으로 불릴만큼 곳곳에 산재한 문화유산, 수려한 자연경관, 관광객들을 수용할 수 있는 기반시설 등 하드웨어는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는 경주, 이제 관광객들이 감동하고, 기억하고, 즐길 수 있는 경주로 거듭나기 위한 아이디어 창출에 모든 힘을 모을 때이다.
따라서 신라문화제가 더 이상 시민과 관광객들로부터 외면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역사적인 고증을 바탕으로 참여도를 높일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해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신라문화 속에서 축제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옛부터 해온 행사였기 때문에 지금도 미래에도 한다는 안일한 생각은 부실행사로 시민의 혈세만 낭비하게될 것이다. 또한 더 이상 찬란한 신라문화도 경주의 미래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