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판공비 투명하게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차기 선거를 의식한 단체장에 의한 선심성 행정이 늘 말썽이었다.
특히 단체장의 재량으로 집행할 수 있는 주민숙원사업비와 판공비의 투명성에 대한 시비가 가장 잦다.
최근 시민단체들의 단체장 판공비에 대한 정보공개요청이 급증하고 있고 이젠 각 지자체 단체장들의 판공비 내역에 대한 공개는 흔한 일로 보편화되어 가는 추세이다.
경주시도 최근 시의원들의 강제성 주민편익사업에다 예산을 낭비했던 사례가 불거져 시민단체들이 이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시정을 펴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로비비용이나 고유 기밀비, 미처 반영되지 못한 주민숙원사업비는 예산에 반영되어 집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 집행과정이 객관적이고 투명하지 못하고 심지어 해당지역 시의원들의 견제를 누그러뜨리는 수단으로까지 사용되는 관행에 있다.
이러한 가운데 다행히 20일 이원식 경주시장이 경주경실련 조관제 집행위원장과의 면담에서 앞으로 시장의 풀보조 예산과 판공비 등을 투명하게 운용하기 위해 매월 한차례씩 시민단체 대표단과 만나 토론을 갖겠다고 약속한 사실이 알려졌다.
만약 이 약속이 성실히 이행될 경우 단체장이 판공비 내역을 정기적으로 시민단체에 공개하는 전국 첫 사례가 될 것이며 그 의미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경주가 전국에서 가장 선진화된 민주적인 형태의 자치단체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이며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 같은 제도가 투명하게 운용되지 않고 시민단체의 이름을 빌려 편법으로 시행돼 또 다른 잡음을 불러올까 염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 경우 시민단체가 집행부의 시녀로 전락해 어용으로 매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매월 열릴 시민단체와 단체장과의 정기적인 토론회가 투명하게 운영되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가 선행돼야 한다. 그리고 시민단체는 그 결과를 항상 공개하고 잘못된 예산집행에 대해서는 질책하는 한편 시책을 위한 많은 제안에도 부지런히 힘써줄 것을 당부한다.
주민자치센타 시기상조
주민자치센타는 읍면동사무소의 기능을 일종의 커뮤니티센타로 전환, 읍면동사무소를 주민 스스로 운영하도록 유도해 행정의 효율과 주민자치의식을 높여 기초단위의 읍면동을 주민자치제로 정착시켜나간다는 방침에 따라 정부가 국정개혁 100대목표의 하나로 추진해온 사업이다.
도시지역의 경우는 동사무소 공간을 주민의 문화·복지, 편익시설 등으로 꾸며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여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주민자치센터의 운영에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 지역공동체 형성의 구심체가 되도록 해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도농복합지역 15개시 35개 읍면에 대해 시범운영에 들어갔으며 경주의 경우 현곡면이 시범지역으로 운영되었다.
도시지역 동사무소와는 달리 도농복합형 지역의 읍면지역은 면적은 넓은데 비해 인구는 적고 통신수단의 보급이 미비하고 교통이 불편하며 농어촌 고령인구가 많아 일부업무의 본청이관은 주민불편을 초래하고 센타의 활용도가 낮아 이름뿐인 주민자치센타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할 때 경주지역의 경우 주민자치센타는 아직 시기상조이며 성급한 제도이다.
따라서 경주시의회가 19일 주민자치센터에 대한 조례안 제정을 보류한 것은 민의를 대변한 잘한 일로 평가된다.
경주시가 시범운영에 따른 여러 가지 문제점을 보완하지 않고 중앙부처의 지침대로 따라만 가려는 수동적인 행정에 제동을 건 셈이다.
경주는 서울의 2배에 달하는 넓은 면적에 농업에 종사하는 노령인구가 많은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
당초 현곡면을 시범지역으로 선정한 데에도 문제가 있다. 현곡은 경주시와 가장 가까운 지역으로 일부 동사무소보다도 시청에 근접해 있고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많고 연령층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감포나 양남, 양북, 산내 같은 전형적인 읍면지역을 시범마을로 운영해 그에 따른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따른 보완책을 갖고 주민자체센타를 검토했어야 마땅하다.
주민의 입장에서 발생할지도 모를 여러 가지 문제점을 보완하지 않은 주민자치제는 시행되어서는 안된다.